편집국장 공인배

21세기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최고의 글로벌 리더 환경은 심포니오케스트라 같은 조직을 지휘하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고 했다.

드러커의 눈에 통찰된 지휘자는, 단순히 연주의 시작이나, 템포, 리듬을 통일하는 존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연주자들과 관객들 사이에서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일컬을 것이다.

셈여림의 강약을 비롯해 템포에 의한 속도, 음절과 음절 사이의 대화를 비롯한 음악적 표현에 필요한 모든 해석을 연주자들에게 지시하여 작품을 재창조하는 존재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지휘자는 유일하게 뒷모습으로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연주자가 아니지만 박수를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이고, 오케스트라 연주 준비와 공연 전반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성공적인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지휘자는 관현악이나 합창과 같은 집단적 연주를 온 몸으로 융합시키는, 궁극적으로는 소리없는 연주자다. 그는 화성, 대위법, 편곡 같은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며, 끊임없이 기본을 궁구하여 더 깊고 넓은 가능성을 열어가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음악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흐르도록 해석해 각광을 받았던 전설의 마에스트로 카라얀이나, 곡의 본질을 뿌리부터 철저하게 파헤치면서도 동시에 리듬에 대한 반사신경을 가지고 악곡에 활력을 불어넣는 레너드 번스 같은 지휘자들을 일컬을 것이다.

말을 하다보니 무겁다. 심포니오케스트라는 일반적인 눈높이로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일반 청중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각 기악 연주 부문에서 정통한 전문가들의 집합체를 일반적인 어법으로 설명하기란 결코 녹록지가 않다.

하지만 저마다 자기세계를 구축한 기악연주자들의 개성을 조율해서 새롭게 표현하는 지휘자의 음악성은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을 때 가치를 갖게 된다. 청중은 전문적인 이해를 갖추었거나, 음악에 대한 시적 직관이 전부인 경우 등 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로서 평가자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전문 오케스트라 청중보다 비전문가가 월등하게 많다. 그래서 지휘자는 다름 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같음을 보는 사람이다. 음악을 무한히 크게 확장하기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무한히 사소하게 축소하기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비전문 청자들조차 음악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엄밀하게 지휘자는 관객을 연주에 참여시킨 혼연일체의 연주를 지휘하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속여서 구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구간에서 존재하지 않는 음절이 불쑥 연주되었을 때 그 불협화음을 객석에서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오산이다. 설령 청중들이 모를지라도 연주자들이 그걸 알고 있다.

지휘자의 태연한 지휘 속행은 자존심 강한 연주자들의 동요를 부추길 뿐이다. 단호하게 끊고 사과한 이후에 연주를 이어가는 것이 파국을 막는 길이다.

또, 지휘자가 곡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흉내 내는 지휘는 오케스트라와 청중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기계적으로 완주할 수 있을지라도 음악적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게 된다. 곡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성향에 맞는 기악 연주자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일체화의 기반이다. 자신의 주법을 지나치게 고집하며 지휘자의 지시에 불응하는 연주자는 솎아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데다 그러한 무지 때문에 타 오케스트라를 곡해하는 연주자들이 섞여있다면 그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시작해보지도 못할 것이다. 더구나 지휘자가 그러한 연주자의 존재나 행위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지휘자 자격을 획득할 수는 없다.

"나는 몰랐다"며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변별력이 없는 연주자를 내버려 두면서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지휘자란 엉망진창 골목 음악대를 오케스트라 무대에 올리는 무뢰한 이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전문 청중 평가단이 여러 오케스트라를 비교 분석한 객관적 자료에 자신의 오케스트라 점수가 낮게 나왔다는 이유로,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채 상상한 대로 허위사실을 날조하여 평가행위를 불순한 목적으로 매도하고, 배후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점수를 부정하는 것은 과대망상에 다름 아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음악을 모르면서 아는 척 하고, 그것이 들통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몰골사나운 과잉장애가 아닐 수 없다. 또, 평가 결과를 폄훼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자신의 현주소를 은폐하고 자신의 점수를 더 높게 보이도록 조장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휘자로서는 함량 미달, 현직 계속 유지하면 이 사회가 불행

피터 드러커가 새 시대 리더의 지표를 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삼은 것은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설파일 것이다. 특히 공공의 대표들에게 그의 지표가 더 강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익산 지역사회에 앞뒤 구분하지 않는 충동성과 폭력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자칭 지휘자들이 여럿 보이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오는 4월 선거 예비후보 가운데는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억지를 부려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띈다. 또 그런 사람들일 수록 공교롭게도 한 직장에 반 평생을 몸담았다. 그 가운데는 국내 몇 안 되는 로스쿨을 보유한 대학교의 법대 교수가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다.

그의 선거캠프가 지역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보도자료로 냈는데 정작 자신은 몰랐다고 한다. 온통 허위사실로 도배 된 보도자료로 피해를 본 언론사가 후보 당사자에게 문제 삼자, 그의 선거캠프는 반 나절이 훌쩍 지난 뒤에 정정 보도자료를 냈다.

허위사실로 지목되는 부분들을 모두 뺀 정정 보도자료는, 그러나 여전히 막연하게 여론조사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주장에 머물러있다. 그런데 후보 당사자는 보도자료를 정정하도록 지시했을 뿐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어떻게 교수가 되었고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삼는 언론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소한 사실확인을 하지 않았기에, 명백히 범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법대 교수다. 하지만 그는 책임지려고도 하지 않으며, 수일 째 공식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것은 반성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며, 언제든지 동종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가 애당초 지휘자 깜냥이 못 되는 이유다. 차제에 법대 교수로서 적격한지를 스스로 돌아봐야 할 국면이 아닐 수 없다.

그 밑에서 배울 것은 뻔하고, 그의 강의실을 거쳐간 청년들과 그들이 법조계로 나아가 활동하는 사회가 함께 불행하지 않겠는가. 모르면 하지 마라. 그것이 진정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