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어른들의 세상과 애들의 세상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애들은 관찰에 의해 어른들을 흉내 낼 수 있고, 어른들은 애였을 때를 기억한다. 애든 어른이든 비현실적인 일을 벌일 때 앞에서는 자신의 현재를 망각하고 뒤에서는 혼동하기 마련인 이유다.

그래서, 육신은 시간을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 언행은 시간과 무관하다. 언행은 시간을 따라 늙는 것이 아니고 자기 의지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현재의 질서를 따르면서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행은 생각하는 것을 사회정의에 맞게 한 결과다.

반면, 법은 피해가면 된다는 어른의 생각,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어른의 생각, 무엇이든 내가 다 가진 뒤에 남이 가져야 한다는 어른의 생각은 애들의 시간에 멈춰버린 지능을 말해준다. 그 정신상태의 진단 결과는 '혼동상태'다.

자기가 상상하는 세계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란 없다. 그 안에서 자기는 누구보다 우월한 신적 존재다. 애들이 어른들의 논리에 극렬하게 반항하며 자기 모순적 논리를 끝내 굽히지 않는 것은 다른 세계를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른의 지적장애는 자기세계의 껍질을 깨지 못한 미숙아 상태를 명징한다. 그걸 이해하고 나면 뜬 구름 잡는 어른의 실체가 보인다. 그들의 세상살이는 고달플 수밖에 없고, 그들과 부딪히는 사람들은 몰상식한 언행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미숙아는 위험하다. 몰라서 죄를 짓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여겨서 죄를 짓게 되어 있다. 자기 세계에 도착되어 있기 때문에 두려움도 없다. 지적과 통제는 자기를 억압하는 것일 뿐인, 무한 자유를 보장받는 신성불가침의 실드에 스스로 둘러싸여 있다.

미숙아의 세계에는 '주의'나 '책임'이라는 낱말이 존재하지 않으며, 쓰이는 언어조차 모호하고 막연하다. 어른들의 말을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미숙아는, 통하지 않는 것을 답답해하는 어른들을 전혀 읽을 줄 모른다. 함부로 간섭하고 개입하는 꼰대들의 씨부렁거리는 소리에 되레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따름이다.

미숙아는 보호받고 양육되어야 하며 아직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 실로 예측 불가능하므로 위협적인 존재다. 그러나 성년을 넘긴 미숙아들이 거리와 광장을 활보해도 이 사회는 별다른 막을 수단이 없다. 그들을 퇴치할 방법이란 의법처리 밖에 없다.

그들은 법이라는 것을 경시하며, 사회의 질서를 불편한 제약으로 여긴다. 사회 안에서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다. 그런데 상상력이 풍부한 미숙아들의 폭주에는 브레이크도 없다. 자기의 세계와 이 세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까닭에 자신이 이 세상을 경영할 수 있다는 확신에 이르는데 거침이 없다.

용감무쌍한 진격의 거인들에게 발아래 세상은 미니어처다. 위험천만한 그들의 좌충우돌이 뚜렷하게 세간의 이목을 끄는 까닭이다. 미숙아다운 천방지축으로 미숙아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거짓말하기, 억지 부리기, 손으로 하늘 가리기 같은 미숙아의 표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익산시장 재선거는 허위사실 공표죄에 의해 당선무효가 된 자리를 채우는 것인데, 익산시장 예비후보들이 진격의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불편한 전문성의 보편성 상면

가뜩이나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로 경선에서 탈락했는데, 그 과정에서 부채 부풀리기로 익산시를 혼란에 빠뜨린 바 있다. 그것은 6.4지방선거 본선을 혼미한 정국에 빠뜨린 스모그 중 일부였다. 또, 그의 부채 거짓말은 선거 후 1년여 동안 익산시에 여러모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그가 조장한 '익산시 파산 위기론'의 부정적인 기류 때문에 익산시 기업유치는 암초에 걸렸고, 수많은 시민들이 팍팍한 익산시를 등졌다. 그러나 당사자는 최근 익산시의 부채 공시와 행정자치부의 부채 공시를 부정했다. 자신이 회계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이 발표한 부채 규모가 맞다고 우기기까지 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공정하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발표한 언론을 분별없이 폄훼하는 후보도 있다. 확인하지도 않은 거짓말로 언론사를 비방하고, 터무니없는 추측으로 언론사의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과도하게 낮게 나타난 진실을 부정함으로써 얻어질 반사효과에 눈이 먼 무리수 말고 달리 이해되지 않는 행태다. 더구나 그는 허위사실공표로 시장직을 박탈당한 민선6기(절반) 익산시장의 인수위원장을 맡았었고, 지근거리에서 거짓말의 폐해와 말로를 지켜봤던 사람이다.

미숙은 충동으로 표출된다. 순간의 국면을 돌파하고,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들은 그 메커니즘의 산물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불안한 그들이 전문 직종에 오래 몸담아 왔다는 점이다. 한 사람은 고위 행정관료 출신이고, 한 사람은 모 대학의 법학대학원 원로 교수다.

전문성은 이 세상에 기여할 스펙트럼이 일반인보다 넓다는 걸 함의하는데, 오히려 한 분야에 오래 고립된 사람의 부정적인 경우를 그들이 보여주고, 어쩌면 전문성이라는 것이 보편성을 상면해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과 한계를 그들이 보여주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끔찍한 일이다. 그들의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면, 아마도 개판사회를 이룩하는 것일 것이다. 목하 익산지역에서 그들이 설친다. 애들은 그래도 마음속에서 시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른 애들'은 미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자신이 축적해 온 시간을 내밀며 우격다짐하는 촌극을 마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