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선거철이다.

총선과 익산시장 재선거, 도의원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익산지역에는 철만난 정치인들이 봇물을 이룬다.

그 수적인 면에서 역대 최고다.

저마다 정견과 정책을 외치지만 소리들이 서로 겹쳐 개별적인 뜻은 잘 전달되지 않는 지경이다.

하지만 온 도시를 가득 메운 소리가 유권자들을 향하고 있고, 누구에게나 구애(求愛)의 외침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이른바 '매미 정국'이 분명하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여름의 가객인 매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이유다.

매미가 노래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참고 견디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7년이 넘는 세월을 땅 속에서 살면서 노래를 준비한다.

탈피를 위해 땅을 파헤치고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천적에게 발각되어 먹이가 되기도 하고 악천후를 만나 절명하기도 한다.

애벌레가 나무에 올라, 가지 끝을 앞발로 꽉 붙들고 우화를 시도하지만 등껍질이 갈라지지 않아 그대로 말라비틀어지는 경우도 많다.

전력을 다해 몸을 떨어 껍질을 벗은 뒤 날개를 얻어야 매미는 비로소 노래할 수 있게 된다.

매미의 가슴은 텅 비어있다.

암컷들의 호감도는 수매미의 노랫소리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덮개로 덮인 진동막에 붙은 질긴 근육을 떨어 소리를 내면 가슴 속에서 공명이 일며 소리가 증폭된다.

수많은 매미들이 "거기 누구 없냐"고 목 놓아 외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다.

단 일주일의 짧은 삶을 사랑을 부르는데 전부 써버린다.

암컷이 선택해 주지 않으면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탓에 애절하고도 비장한 노래다.

하지만 긴 세월 적막하고 외로웠던 날들 속에서 준비된 노래는 푸른 숲을 흔드는 시원한 바람소리처럼 청아하다.

요즈음의 정치인들 가운데 저와 같이 오랫동안 음지에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직 사랑의 대이음을 향해 두려움을 떨치고 전력을 다하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

사랑을 위한 공명에 모든 것을 걸고 그것에 방해되는 것들을 깡그리 비운 정치인은 과연 존재할까.

반드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사특함이 없이, 천명을 따르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삶의 의미의 전부인, 매미를 닮은 정치인이 있다면, 그 목소리는 뚜렷하고도 아름다우리라.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와 사랑을 일깨우리라.

그러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덜되고 못된 이들이 이 짧은 선거판에 나와 조급증을 감추지 못하고, 온갖 음해와 술수로 목적 달성에 천착증을 보이며 판을 친다. 들리겠는가 노래도 아닌 그들이 내는 잡소리가.

매미에게는 네 가지 덕(德)이 있는데, 조상들은 그 덕을 닮고자 무진 노력을 다했다.

그 첫째는 곡식이나 채소를 탐하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둘째는 다른 곤충과는 달리 집을 짓지 않아 검소함이 있고, 셋째는 이슬만 먹고 사니 청렴결백하고, 넷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지친 백성을 위로하는 것 등이었다.

조선시대 임금이 곤룡포를 입고 정무를 볼 때 매미 날개를 닮은 모형의 모자를 썼는데 이를 익선관(翼善冠)이라 불렀다.

이는 매미의 덕을 존숭하고 본받겠다는 임금의 의지 표명이었다.

조상들은 또한, 섣불리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참을성 있게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을 존중해서 매미를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사랑을 위해 한 철을 다 바칠 각오는 되어 있는가

매미의 일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때를 기다리고 사랑을 기다린다.

매미의 노래가 아름다운 것은 기다림의 노래이기 때문인가 한다.

그리웁고 애틋하고 거기에서 움트는 사랑이 변치 않는 것이기에, 기다림에는 그만한 곡절이 담긴다.

우리가 어떤 순간에도 잊지 않는 것은 그 기다림의 시작과 끝이다.

사랑이다.

사랑해야 할 이가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우리는 기꺼이 사랑하며 어떤 계산도 하지 않는다.

사랑받을 만한 이는 그 기다림 속에서 자기를 잘 꽃피운 이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처럼, 기다림은 순응이자 저항이며, 영속의 힘이다.

그 사람 때문에 뜨겁고 기꺼운 4월의 축제를 기다린다.

피를 토하듯 노래하되 시끄럽거나 천박하지 않는 그런 사람을 학수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