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역사 문화 회장
김 복 현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고 그 돈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물론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여 부자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속사정은 먹지도 못하면서 아끼고 절약한 결과가 부자가 된 것이다.

어느 날 돈을 많이 번 부자가 은행에 돈을 맡겨놓고 통장정리를 하려고 은행 지점장을 찾아갔다. 부자는 먼저 금융재산을 확인하고 난 후 점심을 같이 하자고 지점장에게 말하니 지점장은 내심 좋아했다. 지점장은 마음속으로 ‘오늘 맛있는 음식 먹는가보다’ 하고 기대를 하면서 따라나섰다. 그런데 찾아간 곳은 시장 통 허름한 집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음식도 국밥을 시켜 먹자고 하는 것이다. 얻어먹는 주제에 부자가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국밥을 먹고 나서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는 부자의 말, 일반적으로 부자가 짜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지점장은 내심 실망을 했다. 저런 검소함이 있으니 돈을 모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갈 뿐이다. 대다수의 알부자들을 보면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식이 성실하게 잘 자라 좋은 직장을 다니고 사회적 역할을 잘하며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고 경제적인 능력도 있어 부모의 재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하나는 자식이 자리를 못 잡은 경우다. 그 자녀는 은근히 부모로부터 받을 내 몫은 얼마일까? 언제쯤 재산을 물려줄 것인가?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며 기댄다. 이런 부자는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생활환경이 다른 선진국들의 부자들은 어떨까? 선진국의 부자들은 첫째, 가문을 구성하는 개인으로 구성된 인적 재산, 둘째, 그 인적 재산이 소유한 지적 재산, 셋째, 부차적으로 구성원들의 물적 재산 (금융재산, 부동산)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첫째, 둘째 요소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하며 오직 주식, 부동산, 금융자산 등 물적 재산만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상속 받을까에 고민한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진짜 부자들은 가문의 구성원들이 더 많은 행복을 추구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정신적인 요소 없이는 재산을 오래 보존할 수 없다고 하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주변의 부자 1대는 일만 하고 검소하게 살면서 고생고생해서 마침내 큰 재산을 모았다면 2대는 고급의상을 걸치고 비싼 아파트에 살면서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면서 부동산에 투자해 상류 사회인으로 살아간다. 3대는 사치스럽게 자라면서 일도 거의 하지 않고 돈을 물 쓰듯 하다가 마침내 물려받은 재산을 날려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우리속담에 “부자 삼대 못 간다”는 말이 생긴 것 같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1단계 재산 형성기, 2단계 안정이나 현상유지기, 3단계 가산 탕진기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실패의 고리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부자들은 재산을 인적, 지적, 물적 재산으로 구분하는 삶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문의 재산 보존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적 재산과 지적재산을 무시하고 물적 재산에만 집중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적 재산보다 인적 지적 재산 보존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먼저 인적 재산이 중요하다. 구성원 각자가 적절한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고 능력을 길러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영적 정신적 요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동체 의식, 동정심 같은 기본적인 덕목이 가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지적 재산이란 각 구성원의 교육적 직업적 예술적 인간관계 네트워크를 성장시키고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인적 재산과 지적 재산이 커질수록 물적 재산도 같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물적 재산에만 치중하면 커질 수는 있어도 오랫동안 보존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고 믿고 있다. 건강한 인적 지적 재산 없이는 가문의 재산도 가문 자체도 존속되기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최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회사 직원들에게 갑 질을 하고 횡포를 부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재벌들의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런 기업은 건강하게 지속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족 구성원 간에 부에 대한 철학이 빈약하고 돈 계산만 하는 졸부와 같은 유치하고 맹목적인 욕망만으로 기업을 운용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도 언제부터인가 그런 부자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흔히 말하는 “사람이 되는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과 호흡하면서 사회적인 요구를 경청하고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선진국 부자들에게는 그게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부자들은 언제쯤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

많은 이웃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특히 기업을 통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직원이 소중한 자산이다. 최근 문제되는 일부 재벌의 낯 뜨거운 행태는 그가 속한 공동체 사회와 호흡하지 못하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엄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