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먼 앞날을 내다보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가까운 재난을 당하게 된다.” ≪논어≫위령공편.

조선 성종 때의 문신 허종의 일화가 떠오른다.

성종이 왕비 윤 씨의 성품이 그르다 하여 폐비하고 사약을 내리려 할 때의 일이다. 이 사사의 명을 내리기 위해 성종은 군신회의를 소집했다. 허종은 우찬성이었기에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에 입궐하는 길에 누이의 집에 들렀다. 누이가 허종에게 이런 말을 했다. “큰일이로세. 폐비에게 사약을 내리는 회의에 어찌 참석한단 말인가. 여염집에서 그 집 여주인을 죽이는 일에 종들이 참여했다가 훗날에 그 여주인 아들이 집안을 잇게 되면 중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후환이 없을 수 있겠는가?”

누이의 말에 허종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말을 타고 입궐하다가 다리 위를 지나게 되자 그만 다리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이리하여 다리를 다쳤다는 핑계를 대고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누이의 예상대로 성종이 죽고 나서 즉위한 연산군은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는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벌였다. 바로 갑자사화였던 것이다. 그때 허종이 떨어진 다리를 세상 사람들이 ‘종 침교’ 허종이 떨어진 다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계획을 세우고 멀리 내다보려 하지만 순간적인 눈앞의 이익에 눈이 가려지고 생각이 좁아져 실수를 범하게 된다. 지금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훗날에 열이나 백만큼의 이익이 된다는 계산을 하지 못한다. 사람이 멀리 바라보고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운 훗날에 근심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