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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유)함해국 대표

유은미

최근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단어 중 하나는 ‘해외연수’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엄청난 성과를 과시하며 진행되는 해외연수가 많은데 꼭 그 중 탈이 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연수의 목적은 매우 다양하다. 성과에 대한 포상, 선진견학, 봉사 및 교류 등의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떠난다. 그러나 개중엔 그 목적을 다르게 해석하여 문제가 되고는 한다.

근래에 예천군의원의 해외연수가 이슈가 되었다. 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담하다. 우리지역이 아니다 싶어 다행이면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우리나라 일이 아닌 줄 알았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일이 과연 벌어질 수 있는지’ 싶어서 말이다. 그러나 막장 현실이었다.

왜 해외연수에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접대부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지체 높으신 의원님들께서 생각하는 해외연수와 우리가 생각하는 해외연수의 개념 차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예천군 의원들은 해외연수가 세금으로 가는 소풍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행위는 나올 수 없다.

우리시는 작년 초 선거가 끝나고 2개월 만에 해외연수를 추진하였다. 예천군 사태를 놓고 보니 ‘당선 직후의 열정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당선 축하일까?’라는 양면의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열정 가득한 연수이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의원들에게서는 해외연수 소식은 볼 수 없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어 후자 쪽의 생각이 강하게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시는 꼭 필요한 진정한 연수였으며, 예천군과 같은 사람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오늘은 예천군의원 규탄이 아닌 해외연수의 모범적 사례를 소개하고자 하는 글이니 위의 논의는 이쯤에서 그만 하기로 한다.

필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분야별 해외연수를 경험했다. 어떤 연수는 매우 보람 있었고 어떤 연수는 매우 부끄러웠다.

연수는 그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일정과 진행과정이 매우 다양하게 편성된다. 대부분 해외연수는 선진화된 문물·문화를 경험하고 우리에 적용하여 직면해있는 문제들을 해결점을 찾기 위해 다녀온다. 그러나 대부분은 연수를 관광의 다른 이름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필자 역시도 그리 생각을 했었다. 연수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바뀐 건 2016년에 대산농촌재단에서 진행한 연수에 참여하면서부터이다.

대산농촌재단은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뜻을 이어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드높이는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는 재단이다. 이 곳은 매년 2회 농업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진행하는데 운이 좋게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참여한 것은 2016년 독일·오스트리아를 대상으로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는 연수였다. 처음 연수에 선정되었을 때는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마음으로 해외에 나간다는 들뜬 마음이었다. 공부하겠다는 마음보다 ‘잘 쉬다 와야지’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사전교육을 받으며 일정표를 받고 보니 관광 보다는 농업에 관련된 기관, 시설, 농가 방문 그리고 토론이 대부분이었다. 내심 공식 일정표와는 다르게 중간 중간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떠난다는 기쁨만 가득이었다.

드디어 연수를 떠나고 일정이 진행될수록 기념품 하나도 구경할 수 없는 혹독한 훈련의 과정의 연속이었다. 낮엔 방문하여 공부하고 밤엔 토론을 연수 기간 내내 매일 빠짐없이 진행되었다. 휴식은 고사하고 연수를 제대로 이수하려면 강인한 체력과 정신이 있어야 했다. 하루는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는데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 유명한 미라벨 정원을 전광석화처럼 지나갔다. 아쉬운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인솔자는 다시 올 거라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연수기간 내 있었던 유일한 거짓말이었다.

연수기간 초기에는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담당자가 미웠지만 연수가 진행될수록 나의 태도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귀한 시간과 비싼 돈을 들여 놀러온 것이 아닌데 나의 마음은 어느 휴양지쯤에 온 것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고쳐먹고 연수 기간 내내 크고 작은 농가들을 방문하면서 그들이 농업에 대한 태도, 자부심에 대해서 철저하게 배우고 공감하며, 소통하였다. 그리고 밤새도록 함께 토론하였다. 연수 기간 10일 내내 허투루 쓴 시간은 단 1분도 없을 만큼 말이다. 다행히 빡빡한 일정을 함께한 동기들의 도움으로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고 즐겁고 보람되게 연수를 마칠 수 있었다. 필자가 참여한 것 중 가장 해외연수 다운 연수였다.

연수 중 한 농가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많이 오는데 ‘매출이 얼마냐?’, ‘보조금을 얼마나 받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하였다. 그들이 왜 농업을 하는지에 대한 가치와 철학은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해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은 더 이상 일률적인 해외연수는 의미가 없다. 보다 나은 가치와 철학을 배우고 우리와 다른 문화와 정책을 이롭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열심히 일하고 잘 한 이들에 대한 포상개념의 해외연수도 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포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동반하여 어설픈 일정표로 숨기지 않고도 당당하게 연수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다양해진 연수의 필요와 욕구에 대해 우리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