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국내 지역을 여러 번 이사하던 20년의 군목(군종장교) 사역을 마치고 익산 금마에 정착한 후에 손님들의 방문으로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질 때가 있다. 그런데 식사 후에 여기까지 왔으니 전주 한옥마을이나 군산 근대유적 관광이나 새만금 방조제를 가고 싶다고 요청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익산에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유명하고 멋진 곳이 없는 걸까? 어디를 소개해야 할까?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참으로 많았다.

국가식품클러스터단지 내에 할랄 식품(Halal Food) 테마 단지가 조성되려 할 때, 익산시기독교연합회 주최 국회의원 및 익산 시장 후보자들의 정책간담회 사회를 본 적이 있었다. 이 때 시장 후보들에게 할랄단지 조성보다는 익산시의 랜드 마크(land mark)가 되는 대표적 관광자원이나 유적, 시설을 중심으로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를 내는 장기적 발전방안이 있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익산의 행복을 위하여 각자 ‘금 나와라 뚝딱’같은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듯 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석탑복원 소식을 들으며 ‘금마와라 뚝딱’이란 방안으로 문화의 깊이와 의미를 담은 우리 익산시 유네스코지정 일대가 공수부대의 이전과 연계되어 제대로 복원되고 세계적 관광단지로 조성되기를 바래본다. 일본에 거주하는 많은 백제인의 후손들과, 유라시아 횡단 철도의 상징적인 출발점을 내세워 러시아, 중국, 그리고 많은 유럽인들을 염두하며, 정계와 학회 및 시민들이 총체적으로 노력하는 길을 찾아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는 10년을 준비해야 100년을 염두에 담을 수 있다. 백년을 준비하면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 유럽이 그리 살고 있다. 그리고 이웃나라 중국의 북경 자금성으로 매년 일억 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가고 있지 않은가.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최대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은 목조와 석조 건축 양식이 적용돼 백제 건축기술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최대의 석탑으로 학술적으로 역사적으로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2001년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간 석탑은 18년간 가설덧집에 둘러싸여 있어 야외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경주의 석가탑 복원현장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제공을 위해 투명 창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미륵사지 석탑 현장은 외부에서 내부를 전혀 들여다 볼 수 없는 창고 형태인데다 전체벽면도 너무 낡아 관광객 유치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보며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다.

문화재 복원현장을 관광지로로 꾸미겠다는 문화재청의 각별한 관심을 기대하며, 이제 덧집과 포장을 걷어내고 전격 공개되는 미륵사지 석탑과 유네스코선정 관광유적지가 익산의 잊힌 역사를 발굴하는 위대한 사업으로 향후 전라북도 자존의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역사적 관광자원으로 멋지게 조성되기를 바래본다.

1000년이 넘는 훼손과 복원에 종지부를 찍는 사업에 투입된 사업비만 230억 원이라 한다. 숭례문(남대문) 복원 사업비 25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한다. 이번 미륵사지 석탑 해체 수리 복원은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우선 이번 해체 복원을 통해 우리 문화재 수리 복원 기술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학술조사와 해체수리과정을 충실히 이행하였으며 원래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해 문화재의 진정성을 확보했다. 국내 문화재 수리 역사상 단일 문화재 중으로 가장 오래된 수리 기록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5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이러한 면이 유네스코(UNESCO World Heritage) 세계유산 등재 실사단의 엄청난 호평을 받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정치적 이유 등을 배제하고 원형에 충실하게 복원했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권 시절에 복원한 동탑은 호남 민심을 달랜다는 이유로 기술적 고려 없이 서두르는 바람에 역사상 최악의 복원으로 남았다. 이번에는 외부 영향을 모두 배제하고 시멘트를 걷어내는 데만 3년이 걸릴 정도로 최대한 신중하게 임했다. 예상보다 10년이나 늦은 복원으로 예산횡령 의혹을 받아 검찰수사를 받았을 정도라고 한다.

오늘 집에서 800미터거리의 미륵사지에 걸어 다녀왔다. 복원소식을 듣고 조금씩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박물관에 들려 혼자 관람하는 중에 직원들이 다음 달 복원 공개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이 소식이 방송으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한숨 내쉬는 말을 들었다. 정말 바쁘시지만 이 지면을 통해 부탁드려도 될까?

역사문화도시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지역시민을 먹여 살리는지 유럽의 문화정책들을 읽어내어 익산시가 지금이라도 역사문화 특별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큰 틀에서 준비해나가길 기대한다. 문화관광사업을 민간차원에서 붐을 조성해 나가는데 역점을 두고 아낌없는 시민과의 공감대를 조성해 나가길 바란다.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냈던 것처럼 ‘범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외홍보 및 서명 작업을 전개하여 국책사업으로 진행되길 희망한다. ‘금 나와라 뚝딱’이란 소망의 동화가 ‘금마와라 뚝딱’으로 익산에 실현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