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론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자를 이용한 전달수단이 현저하게 약해진 오늘에 있어서는 움직이는 미디어 매체가 더욱 힘이 있어 보인다.

미디어(Media)란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란 정도는 이해가 되나, 그 정확하고 광범위한 내용은 이해하기 힘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머리맡에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하면서 카톡이나 메시지를 확인한다. 자신이 말 많은 정치인이나 거창한 사업가도 아니면서 간밤부터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한 소식이 있는지. 페이스북이나 90중반의 어머님, 외국에 나가있는 자식, 손주 등의 소식, 모임이나 회원들의 애경사 등 기타 등등을 들여다보고 뒤척거리고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거실의 TV를 통하여 뉴스나 갖가지 소소한 세상사를 눈과 귀를 통하여 가볍게 흘린다.

계속 보지도 않을 TV를 켜놓은 채, 전기세가 올라간다고 호통하시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한데 이렇게 나는 보통 하루의 시작을 온갖 미디어와 함께 한다. 물론 하루의 마무리까지도 말이다.

미디어(Media)하면 떠오르는 것. 디지털 미디어, 1인 미디어, 멀티미디어, 시청각미디어, 대중미디어(매체), 온디맨드미디어라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말도 들린다. 사실 요즘 미디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이리저리 새겨본다면 무엇이 있을까?

인공지능 스피커, AR, VR, 핸드폰(스마트폰), 컴퓨터(데스크탑, 노트북, 태블릿), 인터넷,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등 각종 플랫폼부터 시작하여 점점 거슬러 올라가 TV영화(영화관, 비디오, DVD), TV, 라디오, 전화, 잡지, 신문, 책(도서), 삐삐 미디어의 핵심인 콘텐츠, 글, 이미지, 음악(소리), 영상콘텐츠 그리고 이 세 가지 중 둘 이상이 포함된 것을 멀티미디어라고 한다나? 우리 70대에게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단어들이 즐비하다.

각설하고 뉴스나 스포츠 등에 반하여 드라마나 각종 교양프로에 관심이 적은 필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어쩌다 드라마를 시청한다. 요즈음 특이한 점은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사에서도 너나없이 막장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재미도 있다.

돈 많은 사장님의 외도, 경영권을 둘러싼 폭력이나 암투, 또한 후계자에 대한 출생의 비밀이나 아슬아슬한 줄타기 등이 우리들, 특히 여심(女心)을 TV 앞으로 끌어들인다. 결정적 순간에 문제의 핵심을 쥔 사람이 중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기회를 잡은 반대쪽에서는 생명선을 끊어버리기 위하여 병원에 침투하는 등 인륜으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이른바 막장드라마의 장면들이 이어진다. 막장드라마라는 말은 탄광에서 일하는 산업의 역군들을 모독하는 말이니.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을 가리키는 용어로 광부들의 일터다. 국립국어원의 국어대사전에는 양념의 종류인 음식으로서의 ‘막장’도 있고 ‘끝장’의 잘못된 표기로서 설명한 ‘막장’도 기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반인륜적인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끝장 드라마’라 해야 맞지 않나 생각된다.

언어는 환경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용어가 나타나고 일반인이 널리 사용하게 되면 신조어로 탄생된다. 그런 과정에 기존의 언어는 신조어에 밀려 죽은 말이 되고 신조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니- 언어는 그와 같이 어휘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 어휘로 인하여 관련 당사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지dud해야 한다. 인터넷 상에서 ‘막장’은 마지막장을 뜻하며 갈데까지 간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광부들이 어쩔 수 없이 목숨을 담보하여 삶의 현장으로 택한 ‘막장’을 그렇게 비윤리적인 드라마에 비유하는 것은 최소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다. 마지막까지 간 사람을 뜻한다면 막간 드라마라 해야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혹자는 한국의 드라마는 그 내용이 비슷비슷하다는 이야기다. 한결같이 어쩌면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중요한 인물이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느냐 하는 것이다. 별로 재미가 없다.

요즈음 다행인 것은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그나마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학창시절 지루하고 재미없는 암기과목으로 외면 받던 국사dhk 역사를 재미있게 TV 사극으로 선정, 방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끝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마당에 학교에서도 이루지 못한 교육의 효과를 방송국이 배가하여 이루어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끝장 드라마에 주인공처럼 행동하는 부류가 탄생하고 있으니, 다름 아닌 사회 지도층의 연극적 자아현상이 발생, 사회를 병들게 하고 상호 불신하는 암적 존재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라”는 말은 시쳇말로 연극적 자아에 빠져 허우적대는 지도자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방면에 어른이 양산되는 현실에서 더욱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연극적 자아가 아닌 현실적 자아를 직시하는 지혜를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