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가정의 달인 5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며 초등학생이 쓴 한 편의 시가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이 우덕초 6학년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은 암에 걸려 5년 투병 끝에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전북도교육청이 주최한 2016년 글쓰기 너도나도 공모전에서 동시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임미성 익산성당초등교 교감은 “동시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사위원 세 명이 작품을 고를 때 만장일치로 가장 좋은 작품으로 뽑았다. 무엇보다도 일기처럼 써내려간 아이의 글씨와, 지웠다 썼다가 한 종이 원본이 정말 마음에 깊이 남았다”고 말했다.

가장 받고 싶은 상

- 우덕 초등학교 6학년 1반 이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 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에 세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받아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해도

되는 그런 상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는 왜 못보았을까?

그 상을 내시던

주름진 엄마의 손을

그때는 왜 잡아주지 못했을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을까?

그동안 숨겨놨던 말

이제는 받지 못할 상

앞에 앉아 홀로

되내어 봅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웠어요."

"엄마, 편히 쉬세요."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상

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을 차려 드릴게요.

엄마가 좋아했던

반찬들로만

한가득 담을게요.

하지만 아직도 그리운

엄마의 밥상

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우리 엄마 얼굴 (상)

김승환(66)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 당시 시상식에 참석하신 분들께서 함께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이슬 어린이의 시가 노래로 나왔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전남 여수 여도초 조승필(47) 교사가 지난 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우연히 이슬양의 시를 보고 감동해 노래로도 전하고 싶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깰 때 안에서 껍데기를 쪼는데 이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동시에 밖에서 껍데기를 함께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줄탁동시는 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서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양처럼 홀로 세상을 살아내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교인들이 교회에 오기 가장 싫은 달이 5월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린이 주일에는 자식이 없거나 잃어버린 분들이 눈물을 흘리고, 어버이 주일에는 부모가 없거나 제대로 섬기지 못한 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행복한 가정에 대한 설교를 하는 날에는 가정생활이 순탄치 못한 사람들이 마음 아파한다고 한다. 다시 5월이다! 진정 사랑 가운데 믿음과 소망의 꽃이 피어나는 가정들이 되기를 눈물 담아 가슴 다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