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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석유 시추를 통한 수익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는 알래스카 영구기금 (Alaska Permanent Fund)을 조성하여 연령, 성별, 소득과 상관없이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들에게 배당을 한다. 2018년 1인당 1,600달러를 배당하였다. 이처럼 주민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은 석유채굴 때문이다. 알래스카는 1976년 주헌법을 개정하여 알래스카에서 나오는 모든 천연자원에 대한 수익 25%를 적립하는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조성했고 주민들은 매년 영구기금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배당받는다. 그 결과 알래스카는 현재 미국에서 빈부차이가 가장 적은 주이다. 미국의 부유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이 2002년 이전 10년간 26% 증가했지만, 가난한 가구의 20%는 평균 소득은 불과 12%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알래스카의 부유한 가구 평균 소득은 7% 증가에 그친 반면, 가난한 가구의 평균 소득은 28%나 증가한 것을 보면 빈부차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는 듯하다.

알래스카의 주민배당과 같은 것을 우리는 ‘기본소득’이라 한다. ‘기본소득네트워크’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共有富 (공유부)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권리에 기초한 몫으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다. 여기서 ‘공유부’란 개인자산에서 창출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성원 공동의 자산에서 창출되는 ‘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토지, 지식, 환경 등이 이에 속한다.

[“자연상태에서 대지는 인류의 공동 재산이며 모두에게 지급되는 배당은 자선이 아니라 권리이다” -미국독립혁명 사상가 토머스 페인]

<상식 (Common Sense)>이란 책으로 유명한 토머스 페인은 ‘토지배당 기본소득’을 최초로 제안하였다. 그는 토지의 사유화를 반대하였고 정부가 토지 사용자로부터 임대료를 거둬들여 그 돈으로 시민들에게 배당금을 주자고 주장하였다. 알래스카 땅과 땅 밑의 것은 주민 모두의 것이어서 그로부터 창출되는 ‘부’를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주민배당과 일맥상통한다. 마이클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주민배당은 우리 모두가 자연의 부에 관한 몫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토지와 그로부터 나오는 천연자원은 커뮤니티 공동의 자산이며, 그에 대한 권리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기본소득이 최초로 성남시에서 ‘청년수당’이라는 형태로 시작되었고 전국적인 이슈화 되었던 기억이 있다.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던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성남시에서 시행했던 청년배당은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의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 (분기별 25만원)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특히 이를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함으로써 역외유출을 방지하고 있어 보편적 복지정책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촉진하도록 설계되었다. 현재 성남시에서 시도하였던 청년배당은 지난 4월부터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되어 시행되고 있다.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주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높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는 여러 분석들이 존재한다. 오히려 가난한 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주는 복지가 근로의지를 감소시킨다고 본다. 근로로 인해 소득이 발생하면 수혜 받고 있는 혜택이 끊기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의 경우 2016년 시작하여 현재 그 성과를 평가해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 등에는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아가 시정에 대한 청년들의 정책적 관심이 증가하였고 정치적 참여를 촉진시켜 투표율 등의 증가로 나타났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은 “개인이 버는 소득의 90%는 그 사회공동체가 가진 공통의 자산 덕분‘이라 하였다. 따라서 법인이나 개인의 소득도 일정 몫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사회공동체 구성원에게 기본소득이라는 형태로 배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특히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할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사유화된 자산, 예를 들면 토지 등의 부동산, 지식, 환경자원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 중 일부는 사회공동체의 몫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몫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며, 이것이 기본소득인 것이다.

우리시도 ‘청년드림카드’를 발급한다. 최종학력에 상관없이 졸업 후 2년이 지난 청년 333명에게 한 달에 30만원씩 6개월 동안 지급한다. 전액 시비로 지급하는 것이며, 성남뿐만 아니라 핀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시작했었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 그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나는 우리시의 이러한 정책을 응원한다. 나는 우리시가 추진하는 ‘청년드림카드’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증거들을 만들어내기를 희망한다. ‘청년드림카드’가 청년들에게 안전한 매트리스가 되어줌으로써 청년들이 그 매트리스 위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자유롭게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역을 혁신시키길 바란다. 나아가 익산시가 청년들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 지역사회에 전달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