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를 맞아 1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팬더믹의 폭발적 증가와 계속되는 추위, 안전사고 등 살벌한 주위 환경이 우리를 더욱 쓸쓸하고 불안케 한다.
사랑(愛)을 가슴에 안고서 가는 자는 가는 곳마다 많은 친구가 있고, 선(善)을 품고서 나타나는 자는 가는 곳마다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정의(正義)로운 자는 가는 곳마다 함께 하는 자가 많으며, 진리(眞理)를 가지고 가는 자는 가는 곳마다 듣는 사람이 많다 하니 사실이 아닌가 싶다.

진실(眞實)함을 가진 사람은 가는 곳마다 기쁨이 넘쳐나며 겸손(謙遜)함이 몸에 벤 사람은 어느 곳에서나 화목함이 넘친다고 이야기한다.
삶이 아름다운 건 정도(正道)로 정의롭게 사는데 있지 않나 생각해 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는 않은 것 같다.

진실과 거짓, 진짜와 가짜, 생화와 조화, 자연인과 성형인 등 구분하기 힘든 세상이 요즘이 아닌가 한다. 필자가 전공한 예술 분야에 있어서도 원본과 복제품, 진품과 위작품 논란은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예술 용어에서 “아우라”와 “키치”는 상반된 개념으로 우리는 이해한다. 아우라는 유일하게 원본에서만 느껴지는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의미한다면, 키치는 원본을 모방한 가짜 복제품이나 홍속 미술작품을 말한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의 예술작품>에서 말하기를 현대사회의 예술작품에서 일어난 결정적인 변화를 “아우라의 붕괴”로 정의했다. 하지만 그는 아우라의 파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기술복제시대에 예술이 대중 가까이 다가오면서 인간해방을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이 벤야민의 기대만큼이나 긍정적인 실험으로 이어진 것만은 아닌 듯하다.

미술 경매시장에서 수십억대의 호가를 기록하는 작품이 등장할 때마다 끊임없이 반복하며 발생하는 위작 논란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4,000만 달러에 거래된 반 고흐의 7번째 해바라기는 전기 연구를 통하여 해바라기 시리즈는 6점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오늘날까지 위작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2005년, 한 고서화 수집인이 이중섭, 박수근 등 유명화가의 미공개 작품 2,8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상 최대의 위작 논란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의 안목, 과학 감정으로 1, 2심에서 위작 판정이 내려졌다지만 아직도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위작 시비는 작가가 생존하여 있다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꼭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1991년 국립현대 미술관이 소장한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작가 본인이 가짜라고 계속하여 주장했음에도 불구, 제 3자인 한국화랑협회가 앞장서서 진품이라고 판정했다. 1991년 위조범 권춘식이 미인도는 내가 위조한 것이라고 진술, 반전의 기회가 있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수사를 마무리하고 말았다. 이와같이 위작 시비 이후 천경자는 분노하며 절필 선언 후 미국으로 건너가 2015년 8월 6일 향년 91세에 사망하고 미인도의 위작 시비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다.

전남 고흥에서 1924년에 태어난 천 화백은 광주 공립 여자 고등 보통학교 (현 전남여고) 재학 중 혼담이 오고 가자 피신의 방법으로 일반 유학을 택하면서 화가의 길로 접어든다. 도쿄 여자 미술 전문학교 일본화 고등 과에서 모델을 관찰, 섬세하게 데생하는 법을 배운 그는 1942년 제22회 선전에서 “조부”라는 인물화로 입선한다. 그 후 귀국 길에서 만난 일본 유학생과 전격 결혼하고 이혜선 씨 등 1남 1녀를 낳았지만 곧 이혼, 6.25 이후에는 유부남이던 신문기자와 사랑에 빠져 재혼, 1남 1녀를 더 얻는다.

천 화백은 실제 삶에서 얻은 여인의 한과 환상, 꿈과 고독 등, 화려한 원색을 이용하여 개척, 여성 화가로는 보기 드문 충격적인 작품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의 작품에는 고독과 애틋한 사랑,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 환상, 이국에 대한 동경, 자신을 지태하려는 나르시시즘이 복합적으로 묻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 화백은 파격적인 의상과 짙은 화장, 하이힐, 선글라스 등, 스타 화가로 김환기, 박고석, 김흥수 등 화단 동료들은 물론, 박경리, 한말숙, 전숙희 등 여성 문인과 조용필, 이덕화, 윤여정 등 연예인들과도 절친하게 교류했다.
홍익대 교수(1954~1974)로 재직 중 필자(1969~1972 재학생)의 은사로서 1972년 베트남전 기록 화가로 참여, 다른 10여 명의 작가와 함께 공보원에서 대작전을 열었으며 우리 재학생 모두는 단체 관람도 했었다.

그는 남태평양의 여러 나라, 아프리카 등을 여행한 뒤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글솜씨도 뛰어나 여인 소묘, 내 슬픈 전설의 4p 페이지 등 10여 편의 주옥같은 수필집도 출간했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여류화가 최고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작품 중 최고가는 2009년 K옥션을 통하여 거래된 초원Ⅱ(F60, 1978)는 22억을 기록하였으며 최근 국내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작품의 호당가격은 8,250만 원으로 박수근 (1억 7,800만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기록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진실은 분명하게 밝혀지리라 믿으며, 요즈음의 선거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니 - 그 믿음이 우리의 삶을 유지시켜 주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