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이유가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로 공격하는 ‘묻지마 범죄’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동기와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대비하기 힘들고, 무고한 사람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주어 사회를 경직시킵니다. 선량하고 건강하며 이웃에게 사랑받는 사람조차,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갑자기 공공장소에서 참혹한 범죄를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묻지마 범죄’가 가진 잔인함입니다.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보통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먼저 현실사회에 대한 불만, 좌절, 불만의 경우입니다. 그리고 조현병이나 망상 등의 정신질환의 경우입니다. 또한 마약 등의 복용으로 인한 환각이나 재미, 자기과시 등의 경우입니다. 이 가운데 정신질환 범죄를 제외하고는 사회적 소외, 경제적 빈곤 등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분노나 원망으로 분출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진단합니다. "최근 강력범죄자들은 경쟁사회의 낙오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의자가 살아오면서 느낀 좌절로 인한 분노의 대상이 사회 전체, 모든 사람이다." "우리 사회가 대단히 갈등적, 경쟁적, 적대적으로 되면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드러내는 사건이 크게 늘었다." "나는 더 손해 볼 게 없으니 웃는 사람들은 다 밉다'라는 막장 심리의 확산이다." "극단적인 양극화와 경기침체,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는 우리 경제의 침울한 악순환으로 각지에서 자살이 줄을 잇고 여기저기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장에는 CCTV를 설치하거나 순찰 확대 등 치안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겠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범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가해자들이 법적 처벌과 수감 생활을 무서워하지 않고 저지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큰 상처를 입거나 살해되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며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군가가 소외나 빈곤 등 사회적 불평등을 느껴 ‘묻지마 범죄’를 실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묻지마 범죄’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직장 등이 상담센터, 정신보건센터,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벌보다 예방과 점검이 최우선으로 시도되어야 합니다.

여러 가지 조치와 함께 사회지도층과 상류층이 준법의식을 잘 이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공의와 공익을 위한 법이 오히려 특정 계층을 위해서 악용될 수 있다는 의식이 사라져야 합니다.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원인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아무리 법을 잘 지키고 노력해도 상류층에 올라가기 힘든 사회도 이런 현상을 만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본래 일본에서는, 살인 대부분이 목적형 살인이었으나 거품 붕괴로 경제가 막장화되면서 청년층은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되었고, 중장년층은 종신고용 폐지와 함께 벼랑 끝에서 살아가게 된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집단 괴롭힘과 묻지마 범죄, 고령화 문제에서 비롯된 고독사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역시나 사회적 불평등, 양극화, 차별, 실업, 경제적 불황 등에 노숙자나 난민, 이민자 문제 등이 섞여 동양권과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원인으로 인해 이런 범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묻지마 범죄는 흉기는 물론이고, 총기 난사와 같은 테러 수준의 매우 심각한 방법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러한 범죄는 상식적인 법에 따라 이를 잘 준수하는 공정한 사회, 서로가 지킬 것을 지키며 안고 가는 사회, 노력하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그 발생률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회의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 및 치안 문제, 사람들의 윤리적,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근절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차별 문제도 포함됩니다. '갑'이 '을'을 배려하고 양극화가 없는 사회, 빈곤이 사라지는 사회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잘못한 범인에게 잠깐 분노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사회 경제적 토양이 안정되도록 불안정 고용과 불평등 확산을 막고,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고립되지 않도록 사람 사이의 연결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 말씀처럼, 세상의 부패를 막고 삶의 맛을 더해주며 어둠을 밝혀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많아지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