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폭우가 내려 대한민국을 삼킬 듯 하더니 열흘이 훨씬 넘도록 폭염이 이어져 온 나라가 가마솥처럼 펄펄 끓고 있다. 입추와 말복도 지났으니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려니 기대를 했는데 아예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해 버렸다. 해마다 이맘때면 해외여행 성수기인데 올 해는 차라리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편이 훨씬 안전할 듯 하다. 뉴스를 보니 더위에 지친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점점 지구는 온도가 상승하고 있고 어쩌면 시간이 더 흐른 후에는 지금의 더위는 그저 연습게임에 불과했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점점 변해가고 있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뿐만이 아닌 것 같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이 지구를 살려야 하는 인간들마저 점점 인간이 아닌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 가는 가엾은 사람들이 있다. 오랫동안 세상과 등을 돌린 채 살아오다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향해 투사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로인해 피해자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어디 우리나라뿐일까?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는 여섯 살짜리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여교사를 향해 총을 쏘고 나서 자신이 총을 쏜 사실을 자랑하듯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 뉴스를 보고 정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웠길래 고작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그런데 남의 나라 탓할 일도 아니다. 이번에 백화점에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청년은 남부러울 것 없는 유복한 가정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교육의 현장에서는 선생님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학생들의 비행과 학부모의 갑질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한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도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학교에서 말이다. 사건을 조사하고 난 후에 브리핑을 들어보니 교사들은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지금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터전에서는 지금 도대체 감히 인간의 세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단군 이래로 가장 호사스러운 물질문명을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점에.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수많은 화살을 맞아왔던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이제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시간동안 지적을 했어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소귀에 경을 읽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늘 중앙에서 권좌를 누리는 사람들보다 주변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이 더 깨어나서 독재와 무능의 정치를 갈아엎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러니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의 문제를 숙고해서 서서히 풀어갈 열쇠를 찾아야 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르는 범죄와 그 범인의 특성을 보면 언제나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의 그늘진 어느 구석에서는 수없이 많은 '히끼꼬모리‘들이 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점점 잠재적인 ’사이코패스‘가 되어간다. 이제 더 이상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시민들이 이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아무런 죄도 없이 불귀의 객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감히 제안을 하고 싶다. 몇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놓고 제대로 준비조차 하지도 못한 채 국제적인 망신이나 당하는 행사를 치를 거면 차라리 상처받으며 살아도 누구하나 위로해 줄 사람도 없는 내 나라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좀 펼쳤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언제나 아무런 제약이 없이 자기가 사는 곳에서 심리상담사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상담을 받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자신의 존재가치와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심리상담사가 늘 시민들 곁에 상주하는 사회복지제도가 이루어지는 나라. 어떤 나라처럼 대학입학 시험에 철학의 논제를 서술하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나와 타인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알고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이 세상 어떤 나라의 건국이념이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정신을 닮은 나라가 있을까? 이제 우리는 다시 우리 민족의 삶의 철학을 되찾아야만 한다. 우리가 우리의 건국이념을 제대로 알고 배워서 실천을 한다면 바로 지금이 우리나라와 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