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진흥원장

익산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때 보다 부끄러울 때가 많다.

익산에서 태어나 50년 이상을 살면서 부끄러운 도시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으니 나도 책임이 크다 하겠다.

더구나 익산을 위해 무엇인가 기여하려 노력했다는 나 자신의 변명이 옹색할 만큼 익산의 모습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지역 지도층이나 실세는 아니었어도 지식인으로서, 양심세력으로서, 시민사회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사람으로서 그저 죄송하고 송구할 따름이다.

도대체 익산이 이 지경이 되도록 나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뇌물수수 등 일부 공직자의 부패와 타락, 부도덕한 전현직 공직자의 처신, 토호들의 이권개입과 익산지도층의 도덕적 해이, 조직폭력 도시 오명과 성매매에 관대한 도시라는 현실, 꼭 해야 할 일보다는 표되는 일만하는 고위층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끄러운 도시가 되고 말았다. 끼리끼리 모여 패권과 이권에만 관심이 있는 익산의 정치, 사회, 문화는 이미 중병이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진단이 잘못된 것이면 아마 나 자신이 중병이 들었겠지만 나 한사람만의 진단은 아닌 듯하다.

성서의 인물인 요나는 부패하고 타락한 니느웨를 버리고 떠났다. 니느웨 사람들은 회개시키면 그들이 모두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야훼의 음성을 거부하고 떠난 것은 요나가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눈 감은 증거다.

익산에서 벌어지는 모든 부패와 타락과 범죄와 부도덕은 저지른 사람들과 지도자의 잘못이 크지만 이런 지경이 되도록 외면하고 눈감은 사람들의 잘못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익산에서 나고 자랐으며 양심세력, 시민사회의 일원이라고 살아온 나 자신부터 반성과 참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가 뇌물을 받고도 떳떳한 도시 익산, 불법으로 감금당한 어린 청소년들과 성매매를 하고 그들의 구원의 소리를 외면한 익산, 이권개입과 토호들의 전횡이 난무하는 익산, 돈과 권력만 쫓는 지도자와 지식인이 넘치는 익산이 된 것에 대해 익산의 구성원 모두는 참회해야 한다.

특히 행정, 경찰 등의 지도자는 그 책임이 무겁고 크다.

학교폭력을 없애겠다고 임기 내내 캠페인과 언론플레이만한 치안책임자도 그렇고, 부패와 부도덕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도록 시정을 이끌어 온 행정 수장의 책임도 크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고 지도자들이 모범적이면 익산이 이 지경까지 왔겠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폭력이 사회폭력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텐데 조직폭력 등 다른 범죄에는 눈 감고 학교폭력 예방만 하던 치안책임자, 여러 차례 공직자의 부패와 범죄 및 부도덕 사태가 발생했어도 이를 올바로 처리하지 못한 행정 수장의 책임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피해 갈 수 없다.

성매매는 매우 무거운 범죄행위다. 더구나 미성년자와의 성매수는 중범죄이고 그것이 감금상태나 자유의사에 반한 것이면 더더욱 그렇다.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익산에서 벌어진 것이다.

익산의 지도자들은 뇌물수수, 이권개입, 부패와 타락, 성매수 범죄행위 등에 얼마나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갖고 살았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런 일들이 범죄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지, 인권의식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겸비하고 있는지, 돈과 인기와 표되는 일만 하는데 앞장서고 정작 병들어 죽어가는 익산의 모습에 눈감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지도자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익산은 여성친화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지도자들의 부패는 차치하더라도 여성 친화도시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인 여성의 인권이 보호되지 않고, 성매수에 대한 지도자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여성친화도시 구호는 표를 얻기 위한 행위가 되고 만다.

진정한 여성친화도시의 목표는 모든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고 보호되는 것이어야 한다. 여성 주차 공간만 획일적으로 늘려 놓는 것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본질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시정이어야 한다.

중국 초나라의 지성이자 충신이었던 굴원은 간신들에 의해 쫓겨난 후 기울어가는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음력 5월 5일 멱라수에 스스로 몸을 던져 순국함으로써 지도자의 양심을 보여 주었다.

익산 시민 누가 굴원처럼 하기를 바라겠는가. 다만 아무도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결과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이런 부패불감증, 범죄불감증, 도덕불감증의 해결책은 나올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지도자의 참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듭 익산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석고대죄 한다. 익산의 책임 있는 지도자는 아니지만 재야의 지식인으로서,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나 자신은 과연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저 죄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