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제일한의원 원장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믿음과 신뢰라고 말한다.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너무 당연한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실감한다.

모두가 믿음과 신뢰를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 것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자체가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형성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해 본 사람은 모든 것이 의심스럽게 보이게 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것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고, 사회생활을 힘들어 한다.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니 생각나는 동화책이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이다. 예전에 막내딸이 읽기에 우연히 읽게 된 동화책인데, 의외로 가슴에 남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비슷한 곳이라고는 하나 없어 매일 싸우고 다투는 남매가 있었는데, 오빠가 위험에 처하자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과감히 용기를 내어 오빠를 구하는 여동생 이야기이다. 겁 많고 평소에 오빠를 매우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여동생이 용기를 내어 오빠를 구하려 침침하고 축축한 터널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속에 있다.

특히, 자신을 찾아 터널속으로 들어 온 여동생을 보며 “네가 와 줄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오빠의 말은 어른인 나에게도 깊은 감동으로 남았다.

오빠의 간절하고 고맙고 기쁜 심정이 이해되었고 오빠를 찾아 과감히 용기 낸 여동생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네가 와 줄 줄 알았어”는 강력한 믿음과 신뢰의 한마디였다.

믿음은 이렇듯 감동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이것의 부족으로 상처받고 힘들어 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가 마치 진실인양 우리 주위를 떠돈다. 왜 일까?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덕목이면서도 가장 사람들이 자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으로 상처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남이 나에게 하는 것만을 보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신뢰와 믿음있게 행동했는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이 자신에게 믿음을 주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상대에게는 양보하기를 바라면서 자신은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면 남도 바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가 먼저 또는 상대만 나를 위해 양보하기를 바란다. 여기서부터 불행의 씨앗은 자란다.

우리 주위를 돌아 보면, 이곳 저곳에서 갈등과 미움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 개인사뿐만 아니라 행정, 사회, 정치에서도 행정과 주민과의 갈등, 주민끼리의 갈등, 정치권의 끝없는 갈등이 만연해 있다. 대부분 상대방이 양보하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 신뢰와 믿음이 쌓일 것인데 상대편만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를 바라고 안 되면 믿을 수 없다고 해 버린다. (물론, 몇 번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이용해 먹으려고만 하거나 자신은 전혀 양보하려는 노력을 기우리지 않는 것은 거의 사기에 가깝기에 응징이 필요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세상사는 똑 같을 수 없다. 서로 서로 모두가 다르고 입장과 처지도 다르다. 그러므로 타협이라는 것이 있고 양보라는 것이 있다. 다르기 때문에 믿음과 신뢰는 사회생활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방적인 양보만을 바란다. 자신도 모르게 남을 꺽어야 내가 살아난다는 승리방정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아집 때문이다. 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며 같이 더불어 산다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로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모두 승리할 수 있다. 이것이 윈윈 아닌가? 함께 승리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긍정의 원리이며 성장의 방식이다.

작은 다툼이든, 큰 다툼이든 일방적인 얻음, 일방적인 양보강요가 불씨인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하면 많은 갈등들이 자연 해소된다. 서로간의 양보는 자기 것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더 많게 하여 나누는 것이다.

상호양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간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에게 바라기 전에 나의 할 일을 생각하는 것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 ‘논어’에 보면 “남이 나를 알지 못하는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알지 못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가 고민할 바다.

본인 역시도 시민단체를 하면서 남을 꺽어야 내가 산다는 승리방정식에 빠져있지는 않았는지, 나만 옳다고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