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세상에서 소중하고 귀한 일들은 지루한 반복이 많습니다. 한 사람이 특정한 일을 반복해서 실천하면 그 일이 습관이 되고, 결국에는 성품과 인격으로 승화됩니다. 반복이 주는 효과요 선물입니다.

물론,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싫증이 나고 지루함도 느낍니다. 그때부터 그 일을 소홀히 하게 되고 많은 경우 자기도 모르게 슬쩍 내려놓습니다. 별것 아닌 일이라면 괜찮지만, 중요한 일이었는데 지루해서 포기했다면 꽤 아쉬운 일입니다.

우리국어 사전에는 지루함을 ‘지리(支離)하다’는 말로서 “오래 계속되어 싫증이 나고 따분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루함은 철학적 용어로 풀이하면 ‘공허하게 방치된 것’입니다.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좌절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이란 책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고교 시절 촉망받는 야구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연습 중 동료의 야구 배트에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당하는 큰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이 사고로 얼굴뼈가 30조각이 났고, 왼쪽 눈이 튀어나와 실명 위기까지 왔으며, 심정지가 세 번이나 일어났습니다. 걸을 수조차 없었던 저자는 절망에 빠지는 대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찾아 그것을 반복하자고 마음먹게 됩니다. 그 후 매일 걷기 연습을 해서 6개월 만에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6년 후에는 대학 최고 남자 선수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을 인생의 나락에서 구해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자기계발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새해 연례행사처럼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곤 합니다. “100권독서 10kg감량”처럼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야심차게 새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생활 속에 거창한 결심과 목표는 작심삼일처럼 금세 잊히고 맙니다. 변화하기 위해선 목표도 목표지만 그걸 어떻게 실행할지, 습관을 이루는 시스템을 잘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클리어는 어떤 습관을 자신의 무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딱 네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바로 ‘행동 변화의 4가지 법칙’인데, 모든 습관은 분명하고(제1법칙), 매력적이고(제2법칙), 쉽고(제3법칙), 만족스러워야(제4법칙) 한다는 것입니다. 지루해지거나 중간에 포기하기 쉬운 과제일수록 자신에게 딱 맞는 방식을 선택해서 끈기를 갖고 마지막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악기를 수준급으로 잘 연주하게 되려면 기본기 연습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본기 연습이라는 게, 상당히 지루한 과정입니다. 더군다나 기본기 연습은 초보일 때 잠깐하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기본기가 흐트러지면 고난도의 연주를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악기를 하는 동안은 매일 계속 해야만 합니다.

인생의 나락에서 극적으로 회복됐던 저자에게 ‘아주 작은 습관’이란 마지막 기회이자 구원의 열쇠였습니다. 매일의 소소한 일들이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하나하나 쌓이니 그에게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원자 알갱이같이 작은 습관(Atomic habits)들이 있어야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살다보니 여전히 새해도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의 반복이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아침마다 다짐하는 결심도 역시 언젠가 지루해지고 시들해질 것입니다. 오늘도 역시 눈을 크게 뜨게 만들 정도의 흥미나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지루함을 넘어서 신비로운 영역까지 꿋꿋하게 나가고 지루함을 예술로 발전시키는 카이로스를 살기 원합니다. 지루함을 넘어서 지루함과 사랑에 빠지는 날들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애가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