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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의 교훈

지역진흥원장

시황제가 세우고 다스린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였다. 시황제는 천하를 통일하고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천하의 주인임을 선포 하려 했다. 그는 어느 날 군신들을 불러 모아놓고 물었다. “천하가 이제 통일되었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이루었으니 후세에 영원히 전하기 위해 군주인 내 칭호를 만들어야겠으니 무엇이라 하면 좋겠는가.” 군신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길 “왕의 덕은 삼황보다 크고 그 공적은 오제보다 높습니다”고 우러러 칭송했다.

그런 후 대신들은 왕의 칭호를 정했다. 이름하여 황제였다. 중국 고대에 위대한 선정을 베풀었다는 전설적 왕들인 삼황과 오제보다 덕과 공적이 높고 크니 삼황의 황, 오제의 제를 합해 황제라는 칭호를 쓰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천하를 통일한 진왕은 시황제가 된 것이고 시황제는 진나라와 동일시되는 존재였기 때문에 후세에 진시황이라고 흔히 부르게 되었다.

진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상앙과 같은 능력있는 인물이 법질서를 잘 구축하고 백성들이 살림살이를 안정화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시황제의 탁월한 식견과 출중한 기백도 천하를 통일하는 원동력이었다.

진시황은 13세에 즉위해 22세에 직접 나라를 다스리는 친정을 시작했다. 법가의 인물들을 중용해 국정의 틀을 체계적으로 짜고 주변 나라들을 손아귀에 넣은 후 북으로는 흉노족을 몰아내고 남으로는 오령산맥까지는 집어 삼키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이런 강대한 진나라는 시황제가 죽은 후 겨우 3년 만에 멸망했다. 우리는 흔히 진시황, 만리장성, 여산릉, 아방궁, 분서갱유 등은 기억하지만 진나라가 왜 그리 짧게 단명했는지 잘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리장성, 아방궁, 여산릉을 쌓느라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고 3백만 명이나 되는 백성들이 강제 무상노역에 시달려야했으니 백성들의 원성이 없을 리 없었다.

이런 대역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고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혹독한 법과 형벌로 다스렸으니 나라가 곧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시황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진나라 역사책, 의약과 농업 관련 서적만 남기고 모든 경전을 불사르게 했다. 소위 분서를 자행한 것이다.

이러니 유학자들의 비판과 불만이 남을 수밖에 없었고 시황제는 이를 억누르고 잠재우기 위해 유생들을 집단으로 생매장했다. 갱유를 저지른 것이다. 엄격한 법과 과중한 세금, 강제노역으로 백성들의 마음이 떠났다면 분서갱유로 유생들의 마음도 떠난 것이다. 숨조차 쉴 수 없는 억압정치로 백성들을 옥죈 시황제의 진나라가 오래 갈 수 없는 이치였다. 백성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 시황제는 자신의 목숨은 영원하길 원했다. 모든 이가 알 듯 시황제는 영원히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영생불사의 불사약을 구해 오도록 여러 차례 신하들을 보냈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불사약을 구할 수도 없거니와 절대권력을 지닌 시황제라 해서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었음은 당연하다. 시황제는 고통 속에 죽었다. 시황제는 기원전 210년 천하 순행길에 올랐다. 순행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병이 들어 치료를 해도 듣지 않아 죽었다.

유서는 능력 있는 아들인 태자 부소를 황제로 삼으라는 것이었지만 승상 이사와 최측근인 조고가 위조해 무능하고 포악한 작은 아들 호해를 황제로 삼고, 태자인 부소와 명장인 몽염을 죽이라고 바꿔 놓았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태자인 부소가 황제로 즉위하고 몽염 같은 명장이 군사를 맡았다면 진나라의 역사가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낭야로 순행하던 중 사망한 시황제의 유해는 함양까지 운구해야 했기 때문에 악취가 진동했다. 부패와 악취를 막기 위해 시황제의 시신은 소금에 절인 생선수레에 실려 왔다.

2세 황제는 무능한데다 잔악무도해 거침없이 살생을 자행했고 백성들의 반란은 끊이지 않았다. 2세 황제는 조고에 의해 죽게 되었고 유서를 조작한 권력의 핵심 이사와 조고는 서로 권력암투를 벌이다 죽었다. 진나라는 천하통일 후 불과 15년 만에 패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민심을 얻은 유방에 의해 한 왕조가 들어섰다.

진나라의 역사를 들춰 본 것은 시국이 어수선하고 대한민국 현실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집중되었고 야권은 힘이 없다. 남북의 대치 상황은 최악의 사태를 염려할 지경이고 국제적으로는 한반도 상황이 일촉즉발의 시국이다.

경제는 침체기로 들어섰고 국민들은 숨을 죽이거나 포기한 채 할 말도 못하고 있다. 언론은 온갖 거짓과 가볍기 그지없는 필설로 국민의 총기를 흐리고 있다. 무능한 지도자들은 극단적 남북대결과 벼랑 끝 승부로 정권유지와 국민들의 네오메카시즘을 증폭시키는 일만 일삼고 있다.

개성공단을 포기한 정권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이 진나라의 형국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그저 통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