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진흥원장

말년에 천하 순행길에 오른 진시황이 중도에 죽자 어리석은 작은 아들 호해가 황제가 되었다. 2세 황제가 된 호해는 정사는 돌보지 않은 채 잔악한 정치와 향락을 일삼았다. 본래 능력이 없던 호해는 2세 황제가 된 후 22명이나 되는 자신의 형제자매까지도 몰살하는 포악함을 보였다. 2세 황제가 이렇게 된 데는 최측근인 조고의 잘못이 컸다.

조고는 진시황 재위 중에는 승상 이사와 권력을 분점 했지만 2세 황제가 즉위한 뒤로는 오히려 승상인 이사보다 더 최측근에서 전횡을 휘둘렀다. 조고는 황제에게 골치 아픈 정사는 멀리하도록 극구 간했고 결국 정사는 조고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 승상인 이사조차 황제를 만나기 어려웠다.

조고는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 봐 황제가 신하를 만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고 결국 승상인 이사를 모함해 처형했다. 이것도 모자라 조고는 자신의 절대권력을 시험하기 위해 황제 앞에 신하들을 모아놓고 사슴을 선물하며 말을 선물하오니 받으시라고 말했다.

황제가 “이것은 사슴이 아니오”라고 말하자 조고는 “폐하 이것은 사슴이 아니라 말이오니 신하들에게 하문해 보시지요.”라고 답했다. 이에 황제가 신하들에게 묻자 대부분 묵무부답이거나 말이라고 답했고 극히 일부만 사슴이라고 말했다. 이 고사에서 지록위마가 나왔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신하들을 잡아들여 처단했다. 심지어 황제를 죽인 후 즉위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부소의 아들인 자영에게 목숨을 잃게 된다. 온갖 술수와 교활한 정치를 펼친 간신에게 절대권력이나 부정한 재물도 부질없는 것이었다.

살다보면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2세 황제나 승상 이사에게 조고는 악연이랄 수 있다. 필자 역시 악연도 있고 좋은 인연도 있었다.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악연을 만든 것이 내 부덕의 소치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악연 중에 악연은 있는 모양이다. 마음속에서부터 용서가 안 되는 사람도 있으니 웅포골프장 사업주만 생각하면 그렇다. 필자는 평생 만난 사람 가운데 최악의 인연을 꼽으라면 웅포골프장 사업주가 떠오른다.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필자가 아직 수양이 부족한 탓이거나 아니면 그만큼 웅포골프장 사업주가 잘못을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웅포골프장 공사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니 무려 14년째 진행형이다. 물론 사업명은 웅포골프장 사업이 아닌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이었다. 토지 수용이 가능한 관광지 조성사업이라는 허울을 씌워 익산시장과 공무원들을 속여 시작한 사업이 웅포골프장 사업이다. 돈 한 푼 투자할 의사가 없는 사업주는 대출을 통해 헐값에 토지를 양도받았다. 토지주와 주민들만 일방적 희생을 당했고, 부당하고 불공정한 계약서에 끌려 다니며 익산시는 수십 번이나 특혜를 주고 설계변경을 해줬다.

한마디로 부도덕한 사업주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준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전라북도가 허가와 특혜를 준 것이 많지만 내용적으로 익산시의 협조가 없었다면 애초부터 웅포골프장 사업은 있을 수 없는 문제투성이 사업이었다. 관광지 조성공사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다보니 모든 궂은 일은 익산시가 도맡아하고 웅포골프장 사업주는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되었다.

불법, 탈법, 편법 행위가 넘치다보니 수사기관의 수사로 범죄행위가 드러나 처벌을 받을 때가 되면 벌금이나 과태료로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이렇게 된 데는 대형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덕도 있지만 골프에 미친 사회도 한 몫을 했다. 사업주가 전 프로골프협회 회장 출신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 때문에 시골 공무원과 토호들은 그를 하느님 모시듯 했고 검찰도 면죄부 수사로 일관했다.

사기꾼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경제사범 처벌조차 면죄부로 일관하는 세상에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프로골프협회장이라니 황송하기 이를 데 없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특혜가 계속됐다. 심지어 허가가 나오기 전에 발파작업부터 진행하는가 하면 막무가내식 공사가 지속되어 많은 웅포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된 데는 전직 프로골프협회장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간판 하나 때문에 질질 끌려 다닌 익산시장과 공무원, 전라북도의 책임이 크다. 또한 면죄부 수사로 일관한 검찰도 그 잘못으로부터 피해 갈 수 없다. 물론 언론도 부도덕한 사업주의 입에 만 의존한 채 허위 사실을 사실인 냥 보도한 책임도 있다.

2003년까지 웅포관광지 조성을 마무리하고 골프월드컵(실체가 없음)을 유치하겠다고 사기를 친 후 골프장 하나 달랑 지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으니 대동강 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은 그나마 양심적이라 하겠다.

웅포골프장 사업주가 빚 청산과 함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웅포골프장을 겉으로는 지분 매각하는 형식을 취해 부채는 소멸시키고 권리는 고스란히 다시 차지하려는 얄팍한 불법 꼼수 행위를 하다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에도 허울뿐인 전 프로골프협회 회장이라는 이름으로 빠져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이제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철저한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 필자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신뢰할 수 없고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느낀 그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