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학교 교수 여형일 
  

 필자가 익산시 걷기협회에 회장(2013~2015)으로 재임 시절, 지자체와 함께 걷기를 활용한 춘포역 도보트레킹, 서동 축제 무왕퍼레이드, 백제 역사 유적지구(정림사지~미륵사지)를 걷다 등의 행사에 협력하였다. 당시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걷기(건강)와 천 년 역사가 숨 쉬는 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콘텐츠였다. 이후 익산형 걷기 코스의 개발을 위해 익산시 문화유산 현황을 확인했으며 향토 유적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오늘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화재 중 향토 유적에 대해 소개하는 첫 번째 이야기이다.

  향토 유적이란, 향토 문화 자료로 보존 가치가 있고 향토 문화·토속·풍속·신앙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자료, 역사적·예술적·학술적 자료로 「문화재보호법」, 「전라북도 문화재 보호 조례」로 지정되지 아니한 것이다. 익산시 문화재 현황은 (문화재청, 익산시청홈페이지 검색 2024) 총 129건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국보 3건, 보물 9건, 사적 7건, 천연기념물 1건, 국가무형문화재 2건, 국가민속문화재 1건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 소개할 익산시 향토 유적은 22건 중 16개소로 권역별로 구분해 보았다. 첫째, 금마면의 화암서원, 용화 산성, 아석정과 여산면의 여산 척화비, 문수사 목조여래좌상, 수덕정이다. 금마면의 화암서원은 선비들의 학당으로 조선시대 명종 7년(1552) 최초 조성되고 근래에 와서 유림에 의해 건립되었는데 곤암 소세량(1476~1538년)과 양곡 소세양(1498~1546년), 수암 이약해 등의 위패가 있으며 복원되었다. 용화 산성(성태봉 산성)은 성태봉을 감싸는 태뫼식(부성)과 서북쪽 골짜기를 감싸는 포곡식 산성(주성)으로 주성 둘레는 435m, 부성 둘레는 189m로 구성되었으나 대부분 붕괴하여 있다. 아석정은 서고도리 서계마을의 산 중턱에 있는 단정한 모습으로 전통적 기법 누정으로 1934년 소진홍(蘇鎭洪)이 건립하였다. 다음으로 여산면의 여산 척화비는 여산동헌에 자리 잡고 있으며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통비(通碑)이다. 대원군이 병인양요(1866년) 때 척화의지를 발표하고 신미양요(1871년) 이후 백성들에게 서양에 대한 강한 항전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세웠던 비다. 문수사 모조 여래좌상은 나무로 된 불상에 칠을 한 형태로 조선 후기 17세기 조성된 불상이다. 수덕정은 1938년 조선 고종 때의 문신 농은(農隱) 송기인(宋基仁)의 뜻을 받아 건립된 누정으로 현천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다.

둘째, 용안면의 익산 구 안대동 성당터, 자명사 대웅전 목조여래좌상과 웅포면의 숭림사 영원전, 정혜원, 우화루이다. 먼저, 용안면의 안대동 성당 터는 함열 성단의 전신으로 교회사, 향토사적 가치가 있다. 1910년 안대동 본당이 설립되었고 1922년 이약슬 신부가 예배당, 사제관을 건립하였다. 자명사 대웅전은 678년(문무왕18)에 선설 대사가 창건하였고 소 우는 소리가 읍내에 가득 퍼지는 꿈을 꾸어 자명사로 이름을 지었다. 목조여래좌상은 목조에 도금한 좌불상으로 조선시대 후기의 불상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숭림사는 보광전 (보물)과 3개의 향토 유적이 존재한다. 영원 전은 전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지장보살좌상과 권속이 모셔져 있는 누각으로 114년 소실되어 1925년 이건 되어 정확한 건축연대는 알 수 없다. 정혜원은 숭림사 보광전 서편에 자리 잡고 있으며 1589년 소실되어 17세기 요사의 특징을 보인다. 우화루는 보광전 남편의 누각으로 임진왜란 때 소실된 기록이 있으며 1855년 이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조선 후기 건축 수법이 잘 유지되어 있다.
 
 셋째, 삼기면의 간재 선생 유적, 함라면의 김육불망비, 황등면의 황등제, 망성면의 김대건 신부 순교비, 용동면의 광교중창비 이다. 먼저, 간재 전우 선생의 묘역과 제각은 조선 말기 성리학자로 활동한 간재 전우가 후학을 육성하고 항일정신을 고취한 숭고로운 정신을 기리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김육불망비는 함라면 조해영 가옥 인근에 있는 비석으로 영의정 김육이 사망한 해 조선 효종 10년(1659)에 세워졌으며 호남지역 대동법 시행에 고마움을 표시한 선정비이다. 황등제 (요교호)는 황등역 부근에 있는 흙으로 축조된 제방으로 조선 말기까지 사용되지 않다가 1909년 일본인이 수리 조합을 설립할 때 증축되었으며 김제의 벽골제, 고부의 눌제와 더불어 국중삼호(國中三湖)로 불리였다. 망성면의 김대건 신부 순교비는 망상면 나바위에 김대건 신부가 오신지 110년과 본당 건축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로 1955년 신자들의 헌금과 협심으로 세운 탑비이다. 다음으로 용동면의 광교중창비는 1758년 영조 34년에 대홍수로 떠내려간 나무 자리 대신 석교를 건립하고 세운 기념비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권역별로 구분하여 소개한 16개소의 우리 지역 향토 유적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개소로 연계하였다. 소개된 주변 권역에는 국보, 보물, 유형문화재가 소재하고 있으며 우리 지역이 천년 역사 고도와 문화가 흐르는 경이로운 도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주는 미륵사지와 왕궁 탑이 아닌 우리 동네 향토 유적을  아내와 함께 방문해 보려 한다. 1900년부터 1700년까지 역사, 예술, 학술 가치가 충만한 우리 지역 향토 유적은 선조들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후손들의 건승을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