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남북 대치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일촉즉발의 위기처럼 쌍방의 발언과 적대적 태도가 불안하기 그지없다. 정전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남북의 상황은 60여 년 동안 긴장 상태가 대부분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남북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교류협력의 물꼬가 트이는가하면, 통일의 기운도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박정희 정권시절부터 반북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채 이뤄진 남북긴장관계 유지를 통한 정권유지 기조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동북아 전략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군사력을 통한 체제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핵무장과 로켓발사 실험을 통한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 확보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이다.

북한이 남한보다는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 역시 한국의 안위보다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중요하고 특히 본토가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 더욱 두려운 것은 상식이다. 이런 상식을 굳이 거론하는 것은 현재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남북한 긴장과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이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에 어떤 이익이 되는가를 상기하자는데 있다. 사실 국가, 국민, 민족에게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없을 뿐 아니라 만일 남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경우 한 순간에 초토화되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북한 핵 실험 이후 미국과 한국의 대북압박 수위에 대해 북한의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정전협정 백지화와 함께 핵 불바다를 거론하는 등 노골적인 위협 발언을 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거론한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세계 질서와 현실적인 군사력 측면에서, 정권은 물론 북한 자체를 붕괴시킬 현실적 위협은 미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남북한은 상대에 대한 불신과 위협을 느끼지만 북한이 느끼는 위기감은 남한이 종속변수다.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반면 북한은 미국을 가장 위협적인 군사적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 당국이 대화를 통한 긴장완화, 상호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만이 민족번영과 통일의 지름길이라는 상식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남북한이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면 핵심 독립변수인 미국의 동북아전략도 남북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강경대치 국면을 전환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북한의 위협발언이 있다 해도 현재와 같이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강행한다면 우리 군은 원점과 도발지원 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과연 국가안위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 군 소식통이 “지휘 세력은 보통 군사도발을 지휘한 사단, 군단급 지휘부를 의미하지만 서울이 직접 공격을 받는다면 김정은 등 북 정권 수뇌부도 타격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남북한 군사적 충돌과 미국의 개입이 어린애 장난도  아닐 테고, 현실적으로 한반도 전체가 순식간에 불바다, 잿더미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기고 지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기에 쌍방이 갈수록 극도의 위협발언을 쏟아내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세상의 어떤 전쟁도 선한 전쟁은 없다. 어떤 명분과 이유를 내세워도 평화를 뛰어넘는 전쟁 역시 없다. 미사일 한방이면 남북한 모두 쑥대밭이 되고 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날아가는 판에 서로 힘자랑이나 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권과 군이 할 일이고, 할 말인지 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제발 정신 좀 차리길 바란다. 생각 없이 쏟아내는 남북한 당국의 발언이나 전쟁불사를 외치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하다. 어떻게 이뤄놓은 평화이며, 얼마나 처절한 피땀 위에서 일궈놓은 경제인데 생각 없는 발언을 막가파 식으로 쏟아낼 수 있단 말인가

한반도의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공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상식이기에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남북한 당국자들이 냉정하게 제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위 앞에서 자존심이나 정권유지를 위한 극단적 발언을 쏟아내는 행위는 반민족, 반통일, 반국민, 반평화, 반경제 세력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대화의 테이블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장 완화와 교류협력, 통일을 위한 진지하고 현실적인 대화를 나눠야 한다.

유일한 출구는 그것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걸고 도박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넘어 역사에 죄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