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허물없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문에 그렇소라고 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세상살이요, 인간사다.

더구나 정치인은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떠나 덧씌워지고 가공되는 이미지가 내면과 본질을 가리기 때문에 현상과 피상만이 유권자에게 투영된다. 따라서 정치인의 인기와 이미지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거나 포장된 것이다.

과거와 달리 미디어와 정보통신의 발달은 사람됨됨이와 정치철학 및 신념, 정의와 진실 등 보편적 가치보다는 매체에 의해 가공된 이미지만이 유권자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전달받고 느끼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사실상 허상에 불과하다. 국민이 느끼는 호불호라는 감정도 왜곡되고 포장된 이미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불완전한 것일 뿐이다.

물론 이미지 정치란 것이 시대의 트랜드와 이슈를 접목하고 있다며 긍정적 평가를 하는 학자들도 있다.

어차피 정치뿐 아니라 모든 영역이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만 예외일 수 없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시각보다는 이미지 정치가 난무하다보면 정책, 정치철학과 신념, 지도력과 안목 등의 가치는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이미지가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부정적 의견이 높다.

유권자가 진실에 접근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에 대한 이해와 높은 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안목은 유권자보다 높기 때문에 유권자를 속이기는 쉽다. 따라서 정치인은 옳은 일보다는 유권자를 현혹하는 발언이나 모습으로 끊임없이 긍정적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 때문에 청렴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은 부정축재와 요정정치 등 추악한 정치를 했다. 반공을 국시처럼 떠받들었지만 사실은 본인이 한때 남로당의 공산주의자였다는 많은 증언들이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 정치를 가장 못한 유약한 대통령으로 비춰지지만 사실은 북방정책 등 당시로서는 통치자의 결단이 필요한 중요 업적이 있다.

본인이 쿠데타에 가담했고 우파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북방정책의 추진을 통해 냉전종식과 남북화해, 동서화해에 나선 것은 용기 있는 도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대통령은 가장 깨끗한 대통령이었지만 부정적 이미지로 덧씌워지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적인 이미지 메이킹 정치인이다. 그는 원칙주의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정책과 정치철학을 천명한 적이 별로 없다. 본인에게 유리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 본인의 인기가 유지될 수 있는 발언만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청렴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아버지인 박정희의 부정축재와 강제헌납 받은 재산에 기반해 특별한 직업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높다. 이것이 이미지와 허상에 의해 본질이 가려진 정치의 현실이요, 단면이다.

이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실언을 했다. 오만한 탓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아버지가 주도한 5.16쿠데타를 가리켜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발언을 했다. 소신발언인데 불행하게도 아버지를 부정하지 못해 국가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셈이 되었다.

5.16이 쿠데타라는 것은 실존의 역사다. 성공여부를 떠나 쿠데타는 민주주의의 부정이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시각이라면 전두환 신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나 5.18학살도 “민주주의를 위한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 된다.

황당하고 기막힌 역사인식이 아닐 수 없다. 일국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의 인식치고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김문수 지사는 “헌법질서를 무너뜨린 역사”라며 성토했고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한일합방도 그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과 같다며 강력 성토했다.

한비자에는 제나라 선왕의 말을 빌어 “인주(人主)는 이이목시일국(以二目視一國)이오 일국이만목시인주(一國以萬目視人主)라!”고 말하고 있다.
왕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하지만 세상은 수만 개의 눈으로 왕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줄여서 이목만목이라 한다.

정치인이 자신이 갖고 있는 두 개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나쁜 짓을 용납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이미지로 쌓은 인기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사자성어가 이목만목이 아닐까한다. 대권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모든 주자들이 이목만목을 가슴에 새기고 정책과 진정성으로 승부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