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치열했던 선거가 끝나고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니 씁쓸함이 밀려왔다.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온갖 불의와 편파적 행태는 우리 사회의 퇴행을 적나라하게 보는 듯 했다.

문재인 후보의 패인은 어느 한 요인 때문으로 말할 수 없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  특별한 실수도 없었고 오히려 박근혜 후보 측에서 수없이 많은 실수와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에 그 원인은 총체적인 정치, 경제, 사회구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우리 정치, 경제, 사회구조 상 결코 문재인 후보가 승리할 수 없는 환경 하에서 선거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박근혜 당선자는 새누리당 즉, 여당의 후보였다.

새누리당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가 친일세력들과 연결된다. 그들은 해방 후에도 자신들의 친일기득권을 박탈당하지 않고 미군정에 협조해  부와 권력을 유지·확장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의해 새누리당은 35%의 고정지지층을 유지하고 있다. 15%만 끌어오면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둘째, 방송, 신문 등 언론의 편파·왜곡 보도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측이 SNS를 적극 활용했다면 박근혜 후보 측은 방송 신문 포털 등 메이저 언론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의 공정성은 완전히 상실되었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은 쫓겨나고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를 끝없이 전파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정권연장과 유지를 위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조중동과 매일경제 등 기득권 수구 언론으로 선정하면서 이미 18대 대선은 새누리당의 정권연장이 예견되었는지 모른다.

선거기간 내내 대선특집 방송이라며 종편채널이 내보낸 대선 관련 보도와 토론은 한마디로 편향, 편파보도의 극치를 보여준 막장 드라마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언론이 아니라 정권의 홍보방송이나 새누리당이 운영하는 방송 같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부정·비리로 감옥에 간 최시중, 이상득 등이 왜 그토록 방송, 신문 등 언론을 장악하고 종합편성채널을 기득권 수구 언론에 주려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종편의 시청률이 낮다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선정보를 종편채널에서 얻을 수밖에 없었다. 보고 싶지 않아도,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4개의 종편채널과 YTN, 방송3사의 보도를 피해갈 수 없었다.

모든 왜곡된 대선정보를 통해 박근혜는 좋은 후보, 문재인은 나쁜 후보라는 불편한 이미지를 끝없이 각인시켰다. 어디를 가나 8개 방송은 돌아가고 화면은 눈에 들어 왔다. 이로 인해 백성의 뜻 즉, 민의는 왜곡되었다.

셋째, 관권, 불법선거가 판을 친 선거였다.

국가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혐의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기문란이고 과거로의 심각한 퇴행이다. 이는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해도 여론조작과 민의 왜곡을 위해 설치한 알바부대의 불법선거행위도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 당선자의 언행이 일치하게 된다.

넷째, 지역구도의 심화도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한몫했다.

우리 정치는 박정희로부터 지역주의가 심화되었다. 영남에 대한 지원과 호남차별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심화되었고 이것은 정권연장에 유효한 결과를 낳았고 결국 자신의 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문재인 후보는 거제 출신이고 부산에서 생활하며 근거를 둔 정치인이다.

그런데도 영남에서 수백만 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 표차를 만회하려면 호남은 물론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대전 충남, 제주에서 압승을 하고 나머지 지역에서 박빙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인구구성비 상 지역주의가 심화되면 될수록 새누리당이 영구 집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회가 여당이면 대통령은 야당이 되는 것이 적절한 견제와 균형에 바람직하다.

이명박 정부의 국민을 무시한 일방통행 정치가 가능했던 것은 청와대와 의회를 모두 장악했기 때문이다.

다섯째, 분단국가로서 여전히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가 극성을 부렸다는 점이다.

박정희 정권 때보다도 수구세력의 반공, 반북이데올로기 공세는 심화되었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빨갱이라는 등식을 만들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호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안보무능 정권의 하는 일이 남북대결구도 고착화로 정권연장이나 획책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런 정치, 경제, 사회 구조 하에서 박근혜 후보가 낙선하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기는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이런 잘못된 퇴행에 박근혜 당선자가 맛들인다면 이명박 정권의 실패를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이런 불의는 끝내야 한다. 그래야 5년 후 박수 받고 떠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