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해괴하고 기이한 일이 익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익산 농협의 상임이사 선출과 관련된 설왕설래가 그 것이다. 상임이사를 선출하는데 2명의 후보자가 부적격 판정을 받고도 세 차례나 등록하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전무후무한 일이기에 희대의 사건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익산농협에 현 조합장 체제가 들어선 것은 그 동안 익산농협이 비리가 많았고 정치화된 것에 대한 반발로 조합원들이 이완구 조합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수 농민 조합장으로 익산농협의 비리와 정치화를 막아보자는 조합원들의 소망이 표로 나타난 결과가 이완구 조합장의 당선이었다.

하지만 익산농협은 여전히 정치화와 정쟁으로 개혁은 저항에 부딪쳐 있다. 이완구 체제를 인정하지 못하는 측에서 사사건건 조합장의 개혁 작업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대목에서 지난 조합장 선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 당시 익산농협은 부패, 비리의 온상처럼 낙인 찍혔고 정치꾼들이 이권을 보고 조합장 선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따라서 농협 바로서기의 일환으로 시민단체까지 들고 일어나 제대로 된 농협, 조합원을 위한 농협을 촉구해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로 이완구 조합장이 선택되었다는 점을 돌아 봐야 한다.

되짚어 보면 문제의 원인은 구세력들의 부패와 정치화에 거부감을 갖고 새로운 농협을 기대한 조합원과 익산 시민들의 결집된 힘으로 현 집행부가 들어선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하고는 익산농협 상임이사 선출 파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합장이 선출되었으면 적어도 조합장이 임기 중 과연 개혁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고 힘을 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 후 개혁을 제대로 못하면 소환을 해도 좋고, 표로 심판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이런 상식적 논리가 통하지 않고 이완구 조합장이 당선된 직후부터 발목잡기와 태클걸기가 시작되었다는 데서 문제가 심화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농협의 사안을 정쟁으로 풀려고 하는 습성이 지속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이완구 조합장이 모든 조합원과 대의원, 이사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농협의 장래와 조합원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 조합장 체제를 흔들어야 다음에 집행부를 장악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대단히 이기적인 데다 협동조합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기업이 아니다. 어려운 서민이나 농민들이 자본과 기업의 이익 추구 경영에 대한 대안으로 출발한 공동체 조직이다. 정치꾼, 모사꾼, 이익추구 집단과 거리가 먼 조직이 협동조합이다. 정쟁만 일삼는 사람들은 협동조합에서 손을 떼야 한다.

더구나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세 번 씩이나 상임이사로 서류를 제출하는 것은 도를 넘어서는 후안무치하고 파렴치한 행위다. 양심이 있다면 피로에 지친 조합원, 일을 할 수 없는 조합장, 줄서기와 눈치 보기를 해야 하는 직원들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익산농협 상임이사 선출파동을 지켜보며 자조 섞인 한탄을 하는 시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몇 번 씩이나 인사추천위원회, 이사회, 대의원 총회를 개최해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일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조합원을 번거롭게 하고 수천만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반응이다.

해인이목이란 말이 있다. 매우 괴상하고 야릇한 짓으로 남을 놀라게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해괴한 해인이목의 익산농협을 보며 단칼로  해결할 쾌도난마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두 명의 상임이사 후보자는 필자도 잘 알고 있다. 본인들 입장에서 할 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손도 작용했을 수 있다. 두 후보자 가운데 억울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유야 어떻든 두 사람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라며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 해도 실제 욕심 때문이고 정치적 이해집단의 개입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두 후보자가 결단을 해야 한다. 지탄이 하늘을 찌를듯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 후보 등록을 철회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상임이사를 선출해 익산농협의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그 길만이 실추된 본인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고 조합원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로운 조합장 체제가 들어섰으면 조합장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 그 것이 조합원, 대의원, 이사, 조합장, 익산시민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다. 언제까지 정쟁으로 협동조합을 망쳐놓으려는가?

세상이 아무리 썩어도 이것은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