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나라가 소란스럽고, 익산도 요즘 좋지 못한 소식이 들려온다. 익산의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느라 여념이 없고 시청 공직자들은 음주에, 뺑소니에 지탄을 받고 있다. 신협 직원은 억대의 고객예금을 빼돌렸는가하면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아파트 문제로 시끄럽고, 농협은 못된 일을 했던 기득권 세력들이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대선은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가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발언 파문으로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말았다.

법원이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자행된 강압적인 위법 행위로 김지태씨가 각 주식을 증여한 점이  인정된다”고 선고함으로써 박정희 정권이 강압적, 불법적으로 재산을 헌납하도록 한 사실을 분명히 인정했다. 다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시효인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반환청구소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정확한 법원의 판단이다.

한 마디로 강압으로 빼앗은 것을 법원이 인정한 판결이었다. 이런데도 박근혜 후보는 “김지태 씨의 유족 측에서 강압에 의해 강탈했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그에 대해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강제로 빼앗은 것을 강제성이 없다고 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조차 정반대로 해석하고 발언하는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인식으로 대선 판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것인지, 독재자인 아버지 박정희를 부정하기 어려워 일부러 그러는지, 종잡을 수 없다보니 본인도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솔직하게 툴툴 털고 가면 될 일을 자꾸 부정하니, 처음엔 먼지가 묻었는데 갈수록 숯검댕으로 더러워지는 형국이다.

우리 국민들은 1970년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던 암울한 유신독재를 겪어야 했다. 수없이 많은 양심세력과 민주인사들이 투옥되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가 하면 긴급조치라는 사슬에 묶여 정치, 사상의 자유는 봉쇄당했었다.

얼마나 커다란 희생으로 민주화를 일궜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노이무공이 되었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속에서도 노이무공의 그늘이 깊고 크게 드리워 있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노이무공은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으나 결국 아무런 보람도 없이 헛수고가 된 것을 뜻한다.

노이무공은 여러 고서에 나온다. 관자의 형세 편에는 “능력이 마땅하지 않은 사람과 일을 도모하지 말고, 불가능한 일은 강행하지도 말며,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지도 말라. 능력이 없는 사람과 일을 도모하거나, 안 될 일을 어거지로 강행하거나,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말해도 결국에는 고생만 하고 아무런 보람도 없다”고 말한 데서 노이무공이 나왔다.

순자의 정명 편에도 "어리석은 자의 말은 갈피를 잡을 수 없고, 번잡하여 통일이 안 돼 있으며 시끄럽게 떠들어 대기만 한다. 그리고 명목에만 이끌려 말에 현혹되고 정작 참 뜻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열심히 말은 하나 핵심은 없고 애쓴 공이 없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장자의 전운 편에도 나온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위나라로 떠날 때 공자의 애제자인 안연이 사금 벼슬을 하는 관리에게 공자의 주유에 대해 묻자 “당신의 스승은 이번 여행에서도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오” 라고 답했다.

그 까닭을 안연이 재차 묻자 “당신의 스승은 과거에도 여러 나라를 다니다 곤욕을 당했소. 위나라에서는 쫓겨났고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의 들판에서는 굶주려 죽을 위기에도 처했는가 하면 송나라에서는 나무에 깔릴 뻔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위기에 처할 것이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길을 가려면 배를 이용하는 것이 쉽고, 육지를 가려면 수레를 이용하는 것이 좋으나 만일 배를 육지에서 밀고 간다면 갈수가 없게 될 것이 뻔한 것 아니겠소. 당신의 스승은 마치 배를 육지에서 미는 것과 같이 수고는 하나 공은 없고 몸만 괴로울 뿐이오”라고 답했다. 한 마디로 고생만 죽도록 하고 도로 묵이 되는 것이 노이무공인 것이다.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는 일처럼 민주화와 역사조차 부정하니 수없이 많은 목숨 값으로 일궈낸 민주주의조차 노이무공이 되는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라꼴이 그러하고 익산의 모습도 노이무공이 되는 듯해 가슴이 저미어 온다. 익산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 청춘을 불사른 필자지만 익산의 소식과 돌아가는 모양새가 노이무공 같아 쇠귀에 경 읽기 하지 말라는 관자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역사, 진실, 민주주의가 부정되는 대선 판의 모양새와, 악재가 넘쳐나는 오늘의 익산을 보며 십 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인지, 노이무공인지 관자와 장자의 묵언이나마 듣고 싶어 물어야겠다.

정녕 노이무공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