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세상이 어수선하고 경제가 어렵다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기댈 곳도 없고 희망도 없어 보인다. 서민들은 하루 살기 바쁘고 가진 자들은 더 갖기 위해 분주하다. 세상이 악해져 주변을 돌아보면 양심과 정의란 것이 사람들 마음속에서 존재는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적지 않다. 눈앞의 이익과 사사로운 잇속에 빠진 세상이라 누구를 탓한들 무엇하랴만 때로 눈감지 않고 외쳐야 할 사명이 지식인에게 있는 것이니 할 말은 해야겠다.

나라 곳곳에 돈으로 의원 뺏지를 사고 부정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지도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익산만 살펴봐도 유지라는 사람들과 종교기관, 조직들이 그런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지는 본래 올바른 뜻을 갖고 지역사회의 바람직한 지향을 만들어 갔던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익산에서 유지란 잇속만 챙기는 토호세력의 이미지가 강한 것이 현실이다. 온갖 못된 일을 다 하면서 잇속을 챙긴 후 쌀 몇 포대 내놓고 자선사업가처럼 행세하며 사진 찍기 좋아하는 겉과 속이 다른 토호의 모습이다.

정치지도자, 공직자 등이 청렴하지 못하니 부정부패와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윗물이 맑지 못하니 아랫물이 맑을 일이 없고, 사심이 넘치니 영이 서지 않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왕과 귀족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나라는 반드시 쇠퇴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백성이 타락하고 부패에 쩔어 망한 나라는 없다. 지도자가 타락하고 사사로이 권력을 남용한 탓이었다.

익산은 지도자들이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한탄을 많이 한다. 사심이 지나쳐 조롱거리, 농담 소재로 활용되는 일들이 적지 않으니, 지도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지도자의 도덕적 책무에 대해 배울 것을 권고하고 싶다.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시민과 유권자를 현혹해 당선되니 사사롭게 일처리를 하는 것이다. 익산이 지도자의 도덕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미래를 낙관하기란 어렵다.

일야십기란 지도자의 도리와 책무에 대한 무거움을 일깨우는 고사다. 지도자가 사사롭게 일하지 않아야 함을 깨우쳐준다. 늘상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을 이기고 사사로움을 배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후한시대에 제오륜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성은 제오이고 이름은 륜인데 지금의 저장성에 속한 회계의 태수를 역임했다. 그의 청렴결백함은 고을은 물론 전국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 워낙 청렴해 손수 궂은일을 하며 모범을 보이는 관리였기에 모두 그를 우러러보고 존경했다. 말로만 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수 행동으로 아랫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니 백성들이 따랐고 고을 사람들의 근심이 사라졌다.

그는 자신이 타고 다니는 말에게 먹이는 꼴조차 손수 작두로 썰어 먹였다. 하급관리들이 많고 관가의 수하도 많았지만 아랫사람에게 시키지 않고 말의 꼴을 먹이는 일조차 스스로 했다는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일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험한 일은 자신이 함으로써 청백리로서 모범을 직접 보인 것이다. 말로는 나는 깨끗하고 청백리라고 하면서 행동이 다른 지도자가 많은데 제오륜은 전혀 다른 부류였다. 심지어 그의 아내는 직접 밥을 짓고 가사를 돌보는 등 남편인 제오륜의 모습을 더욱 빛나게 했다.

이를 보고 어떤 사람이 제오륜에게 물었다. “권력을 쥐면 사심이 있게 마련인데 진정 사심이 없으신지요” 이에 제오륜이 답하길 “저도 사람인데 어찌 사심이 없다고 하겠습니까. 과거에 저를 아는 어떤 사람이 하룻밤에 천리를 달린다는 천리마를 선물했습니다. 그토록 귀한 말을 선물해도 받지는 않았습니다만 매번 인사 때가 되면 그 사람이 먼저 떠오르니 어찌 저라고 사심이 없다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사람을 등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 조카가 병이 들어 고생할 때는 제가 하룻밤에 열 번을 깨어 살펴보았지만 물러나서 잠자리에 들면 나도 모르게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아들이 병에 들어 누워 있을 때는 잠자리에 들어도 전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라고 했다는 고사가 일야십기다.

제오륜은 자신이 사사로움이 전혀 없는 청백리라고는 하지만 조카가 병들었을 때는 간호를 하다 잠자리에 들면 쉬이 잠이 왔으나 아들이 병이 들었을 때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도 사사로움에 흔들리는 존재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인간이 사사로움이 없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구나 사사로운 마음이 있으나 사사로움을 배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오륜은 교훈하고 있는 것이다.

뇌물을 좋아하는 사심, 이권에 개입하는 사심, 잇속을 챙기는 사심도 나쁘지만 깨끗하지 않은데 깨끗한 척 하는 것도 사심 때문이라 하겠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깨끗한 척하는 지도자들도 겉과 속이 모두 깨끗하도록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익산의 지도자들과 소위 유지들이 제오륜의 일야십기 고사를 통해 이제라도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

백성이 썩어 망한 일은 없어도 지도자가 썩으면 망한다는 역사의 교훈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