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필자는 익산에서 태어나 지금껏 익산을 지키고 있으니 50여년을 익산에서 산 셈이다. 어렵던 시절인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나 나름 배고픔과 가난이 무엇인지 체득하고 살았다. 가난을 면하기 위해 일 밖에 모르던 부모님이 계셨고 산지를 개답으로 만들어 식량을 얻고자 했던 일을 지켜보고 함께 했다.

땔감을 하기 위해 야산에 다니며 갈퀴질도 해 보고 솔방울도 따러 다녔다. 어린 시절부터 오전에는 학교, 오후에는 논과 밭에서 살아야 했다. 이런 삶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민주화운동, 농민운동, 환경운동의 삶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도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민초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정치와 사회구조의 모순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숨 가쁘게 달려 왔지만 요즘 익산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50여년을 익산에 살면서 지역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늘 자리하고 있었고 희망을 품어 보기도 했지만 익산이 안고 있는 모순은 쉽게 해결 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토호세력의 횡포는 여전하고,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 및 이권개입은 일상이 되었으며, 정치인은 수사와 재판으로 날을 새고 있다.

왜 익산은 부패와 비리, 이권개입, 토호세력의 발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극심한 도덕 불감증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왜 익산의 공직자들은 부적적한 처신과 이권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매번 이런 일이 발생해도 그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  속으로 묻혀 버리고 유야무야 되는 현실의 뿌리는 어디일까?

온갖 잡귀들이 여기저기 누비며 못된 범죄를 짓는 것을 가리켜 백귀야행이라고 한다. 과연 온갖 귀신들이 떠돌아다니며 흉악한 범죄를 짓는 백귀야행의 근원은 어디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겨울이다.

살풀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교인들이 석고대죄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그 조차 기댈 것이 못 되니 안타까울 뿐이다.

익산의 종교는 시민의 근심거리가 되었으니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오늘도 나는 익산에서 백귀야행을 물리칠 퇴마사를 기다리고 있다. 

제 2신 TV토론

필자는 1997년 대선 당시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대선후보 TV토론의 자문위원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만해도 TV토론이 활성화되지 못하던 때인데 방송에 많이 출연한 관계로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했는지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TV토론에 관여했다. 당시 김대중 후보가 고령인데도 TV토론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뒤 TV토론은 선거 국면에서 후보자를 검증하고 유권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었다. 따라서 후보자들의 TV토론은 선거와 동일시되었다.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이고 심지어 기초의원 재 보궐선거도 TV토론을 하고 있으니 선거하면 TV 토론이 떠오를 정도다.

하지만 18대 대선은 TV토론이 전무하다시피한 선거가 되었다.

15대 대선은 후보대상 TV토론회가 54회, 16대는 27회, 17대는 11회나 진행되었다. 이와 비교하면 지금껏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을 제외하고 토론다운 토론은 전무했다. 박근혜 후보의 단독토론은 후보검증 토론이라기보다는 후보를 홍보하는 이벤트성 짙은 프로그램 편성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게 된 데는 아무래도 KBS, MBC 등 주요 방송사와 박근혜 후보 측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다 보니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방송사가 TV토론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거나 압박하지 않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 측에서 TV토론에 응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안경테가 고급이라느니, 의자가 고가라느니 네거티브 선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동다운 노동을 해 본적 없는 박근혜 후보가 어떻게 비싼 정장을 매일 갈아입고 다니는지 연일 비난을 쏟아낸다면 아름다운 선거가 될 수 있겠는가? TV토론에 응하지 않고 네거티브 선거에 올인 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항간의 얘기 정도는 국민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어느 정당이 부패에 덜 물들었고 서민적인지, 분파적인지는 다 아는 것인데 굳이 네거티브로 유권자에게 정치 불신을 심어줄 일이 아니다.

TV토론에 적극적으로 나서 정책과 비전으로 선택받아야 한다. 대통령 선택 정보를 후보가 차단하는 것은 결코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