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의 말과, 마음과, 행동이 진실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말과 마음과 행동이 진실한지 여부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인 듯싶다. 배움도 적지 않고 화술도 능란하며 표정관리도 잘하니 어떻게 진실한지 판단할 수 있겠는가.

상대가 그런데다가 자신도 이해관계에 따라 유불리로 심언행을 평가하고 판단하니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진실한가, 진정성이 있는가를 판단하기란 쉽지도 않거니와 수많은 예단과, 속단과, 오해가 범벅된 흐릿한 창밖의 세상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직과 진실은 알리지 않아도 언젠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만고의 가치다. 따라서 거짓과 술수가 오래갈리 만무하다.

4.11총선이 다가오다 보니 선량을 하겠다는 일부 출마자들의 거짓과 유권자를 현혹하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 경선에 출마한 후보 측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확인되지도 않은 아전인수식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명숙 씨가 당대표가 됐으니 공천에서 특혜를 받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대표 수락 연설에서 공천의 객관성을 강조한데다 한명숙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에 입성한 최고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계파와 시민사회 안배가 적절하게 조화된 지도부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한명숙 대표는 대권주자들과 여러 계파가 골고루 지지를 했기 때문에 특정 후보들에게 특혜를 줄 수도 없는 입장이 되었다. 여기에다 손학규 계는 이인영, 김부겸을 지도부에 입성시켰고 정세균 의원은 한명숙을 대표로 만드는데 공을 세웠다.

정동영 의원 쪽은 문성근 후보를 2위로 당선시키는 이변을 연출하는 등 대권주자들이 당내에서 영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전략공천이나 특정후보에게 특혜가 갈수 없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더구나 호남에서 특정후보에게 특혜를 준다는 것은 탈호남이 민주통합당의 생존전략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유권자를 현혹하고 기만하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야권연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호남에서 여성배려는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여성에게 유리한 경선이 될 것이라는 말은 가산점 외에는 거짓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더불어 특정 조직이나 단체가 자신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허위소문을 퍼뜨리는 후보는 경계해야 한다. 그런 사실이 없음에도, 조직 특성상 특정후보를 일괄적으로 지지할 수 없음에도 마치 자신을 지지하기로 약속한 것처럼 허위 소문을 내는 후보는 선거꾼이지 진실한 참 정치인이라 할 수 없다.

거짓과 퇴행의 정치로 국민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현실에서 민주통합당 경선은 정직하고 성실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거짓과 술수로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을 선택하거나 얄팍한 술수로 되고 보자는 식의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도 경계해야 한다. 유권자를 속이는 정치야말로 정치 불신의 근원지가 아닐 수 없다.

증삼살인은 말의 진위와 진실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음을 교훈하는 고사성어다. 사실이 아닌 것도 여러 번 듣게 되면 사실처럼 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증삼은 공자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데 흔히 증자라고 높여 부른다. 증삼은 예와 효를 알고 실천하는 훌륭한 군자였다. 심언행이 일치하는 정직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증삼과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이 살인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증삼의 어머니를 찾아가 증삼이 살인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베를 짜고 있던 증삼의 어머니가 이르길 “증삼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다”며 태연하게 베틀에서 베를 짜던 일을 계속했다.

곧이어 다른 사람이 달려와 증삼이 사람을 죽였으니 큰일났다고 일렀다.

그럼에도 증삼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살인할 사람이 아니라며 안색조차 변하지 않은 채 베틀을 붙잡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이 득달같이 달려와 증삼이 살인을 했다고 전했다.

아들의 사람됨을 믿었던 증삼의 어머니도 세 번째 사람의 얘기를 듣고는 너무 놀란 나머지 베틀을 버리고 황급히 담을 넘어 도망쳤다는 고사가 증삼살인이다.

증삼의 사람됨과 정직성을 볼 때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던 어머니조차도 여러 사람이 와서 살인을 했다고 하니 사실로 믿게 되었다는 말이 증삼살인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에 나선 사람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고사가 증삼살인이다.

얄팍한 술수와 거짓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증삼살인식 선거운동을 한다면 결국 거짓이 언제라도 들통나  부메랑이 될 것은 자명하다. 정직한 정치, 오로지 의정활동으로 승부하는 정치를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시민을 가볍게 여기고 거짓으로 국회의원을 사려는 행위는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지역을 망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번은 속일 수 있고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지만 두 번, 세 번 속지 않는 유권자와 시민의 지혜를 우습게보지 않았으면 한다.

모름지기 정치가 정도와 정직을 빼고 나면 무엇에다 써 먹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