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일들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고 또 잠시 화가 올라오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럴 때마다 평범한 의식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일이 나의 감정의 원인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살아간다. 여기에는 한 치의 의심의 여지조차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간은 그렇게 나약한 의식으로 살아가기에 합당한 존재가 아니다. 삶 속에서 우리가 겪는 일들이 정말로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며 살아왔다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을까? 내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우선 외부의 자극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일어나는 세상의 모든 험악하고 추악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우리가 날마다 보는 TV의 뉴스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뉴스를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정신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뉴스는 어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훨씬 더 많이 나오게 되어있다. 요즘은 매체가 발달해서 정규방송의 뉴스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인터넷을 통해 세상의 모든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을 한다. 인터넷에 나오는 세상의 일들이 정말로 올바른 정보인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옳지 않은 정보를 더 많이 내보내야 시청률이 올라가고 매체는 광고수익을 얻어서 그 수익으로 이득을 채우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정보에 이미 노출된 시청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내용을 확대 재생산을 하고 시청자는 그들의 저속한 게임에 아무런 대책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런 내용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들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른바 ‘마녀사냥’이라는 반인륜적인 범죄가 합법적으로 성행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15세기부터 시작된 마녀사냥은 18세기말까지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희생된 여성들의 숫자는 최소 50만 명에서 9백만 명까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와 같은 집단의 광기는 반드시 어떤 이념이나 신념의 통제 하에 이루어지게 되고 중요한 것은 마녀사냥 덕분에 이득을 취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렸던 그 시절의 한 집단이 또한 존재했었다는 사실이다. 현 시대로 치자면 인터넷에 악플을 달아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극에 달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라는 극한의 장소에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덕분에 훗날 의미치료라는 새로운 심리치료기법을 창시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자신의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지금도 고통 속에 놓여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귀감이 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온통 정보의 거대한 회오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눈을 뜨면 나를 유혹하는 세상의 온갖 화려한 물질공세가 이어지고 귀만 열면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들이 나의 청각을 통해 뇌에 저장이 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일생동안 반복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우리의 감정은 파도를 타고 그 파도는 때론 쓰나미가 되어 나와 주변 사람들의 삶마저도 모두 집어삼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또는 큰 성공을 해서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 해도 자신의 내면의 문제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경우를 나는 너무나 많이 봐왔다. 돈을 들여서 남들이 다 하는 해외여행을 다닐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 돈을 남들이 하지 않는 진정으로 나를 위해 떠나는 내면의 여행에 투자를 해보라. 그러면 요즘처럼 유투브의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오는 소식들에 어리석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당신은 저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당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주는 뿌듯함이 올라올 것이다. 땅속으로 뿌리가 깊게 뻗어있는 나무는 태풍이 불어와도 수백 년을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있는 것처럼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내면의 의식이 밝고 건강한 사람은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에 결코 이끌리지 않는다. 아마도 이쯤 되면 당신은 당신 스스로가 건강하고 긍정적인 알고리즘을 생산해내는 정보의 주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