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濫觴)
술잔에 넘칠 정도의 적은 물

공자의 제자 중에 자로(子路)라는 이는 공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고, 반대로 꾸중도 많이 듣던 제자였다. 자로는 용맹스럽긴 했으나, 한편으론 행동이 거칠기도 해서 무엇을 하든 남의 눈에 잘 띄었다.

어느 날 자로가 옷을 화려하게 차려 입고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고 공자가 타이르듯 말했다.
“자로야, 도도하게 흐르는 저 양자강의 원천이 사천(四川)땅 깊숙이 자리한 민산(岷山)에서 흘러내리는 물인 줄은 너도 알고 있겠지? 그럼 생각해 보거라. 양자강의 원천은 ‘겨우 술잔(觴)에 넘칠(濫) 정도’로 적은 양의 물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그것이 하류로 내려오면 물의 양도 많아지고 흐름도 빨라져서 배를 타지 않고는 강을 건널 수가 없게 된다.

또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배조차도 띄울 수 없게 되느니라. 왜 그렇겠느냐? 처음에는 적은 물이었지만 나중에 하류에 이르러서는 엄청나게 물이 불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지금 네가 입은 의복은 마치 물이 불어난 양자강의 하류처럼 이미 화려하게 차려입었으니, 장차 천하 사람들 가운데 누가 너에게 즐겨 간하겠느냐.”

공자는 세상일이란 시초가 중요하며, 시초가 나쁘면 날이 갈수록 나빠지게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 했던 것이다.

공자의 말을 들은 자로는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왔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온 자로에게 공자가 말했다.

“자로야, 내 말을 잘 듣거라. 말을 꾸미는 사람은 마음이 바르지 못한 까닭이고, 행동을 꾸미는 사람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사람이며, 지식을 얼굴에 드러내어 유능한 체하는 사람은 소인이니라. 무릇 군자란 알고 있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