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람들 > 사실과 진실

사실과 진실

김정필/익산희망연대 대표

“이것이 숨은 보물이야?”
“이 정도 가지고 숨은 보물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희망연대가 주최하는 ‘익산의 숨은 보물을 찾아라’라는 사회창안대회에 응모된 시민아이디어에 대한 대부분의 첫 반응이다. 나 역시 이 사업을 주최하는 대표이지만, 이 정도 가지고 숨은 보물이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숨은 보물 30선, 7선을 뽑는다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희망연대는 3년째 사회창안대회를 하고 있다. 사회창안대회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을 받아서 그것을 정책화하는 사업으로 한마디로 ‘시민생각 모으기’ 사업이다. 올해는 지역에 대한 애향심, 이웃에 대한 더 많은 관심, 그리고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으로서, 더 나아가 마을 발전의 원동력을 찾아보는 기회로써 ‘익산의 숨은 보물’을 찾는 대회를 열었다. 누구나 알고 있고 너무도 유명한 보물(미륵사지, 보석도시 등)이 아닌 숨겨져 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니 모두에게는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숨은 보물을 찾고자 하였다.(이미 알려진 보물은 익산시에서 익산의 자랑거리 64선이라고 하여 책자까지 발간한 상태라 굳이 중복할 필요가 없었고 희망연대는 시민들의 작지만 소중한 보물을 찾고 싶었다. 시민들의 생각을 담고 싶었다.)

하지만, 응모된 내용에 대한 첫인상은 ‘해도 너무 한다’였다. 개인이 생각하는 숨은 보물도 이야기 하라고 했지만 이 정도 가지고 숨은 보물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심사하면서 이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나는 대표이다 보니 1차 심사, 2차 전문가 심사 모두 참여하게 되었는데 참여하면 할수록 겉으로만 보아서 몰랐던 많은 진실들을 접하게 되었고 내가 모른 너무도 많은 사연과 감동, 스토리가 있었다. 왜 시민들이 숨은 보물이라고 감히 올렸는지 이해가 되었다.(물론, 전혀 아닌 것도 있었다.)

이런 변화는 사회창안 서포터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창안사업을 돕기 위해 희망연대 회원을 중심으로 서포터즈들이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이 올라온 총 142개의 내용들을 모두 조사한 것이다. 올린 내용이 맞는가도 조사했지만, 실제로 가 본 느낌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조사된 내용을 접하면서 내가 몰랐던, 아니 우리가 몰랐던 진실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나는 너무도 쉽게 겉만 보고, 올라 온 내용만 보고 ‘이것이 보물이야?’하며 의구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보다도 더 감동적이고 깊은 사연을 가진 이야기들이 우리 주위에는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올라 온 142개를 대상으로 본다면 이 안에도 충분히 피와 땀과 눈물과 기쁨, 그리고 감동이 있었다. 시민들의 작지만 소중한 사연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앞으로 30선, 7선이 겉으로 보여지는 사실만이 아닌 진실까지 함께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이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써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다짐해 본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진실을 잊어버린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사실 앞에 진실이 무릎 꿇는다. 누가 그 안 이야기까지 알려고 하냐? 언제 그것까지 알 수 있냐? 하면서 우리는 쉽게 회피한다. 솔직히 사실안의 진실을 다 알 수도 없고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사실 앞에 힘을 가질 수 없기도 하다. 그러나 아예 회피하거나 현실을 이유로 등한시하는 것은 문제이다. 항상 사실과 함께 진실을 보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신영복 선생은 사실과 진실에 대해 만리장성을 예로 들며 이렇게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건축물이고 그 웅장함은 세계적이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거기에 가 보고 사진 찍고 하지만 그 만리장성 속에 숨어 있는 역사적 진실, 아픔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그 만리장성으로 죽어 간 수 만, 수 십 만 생명에 대해서는 눈 감는 경우가 많다고…, 그 가족들의 눈물, 아픔, 백성들의 피는 너무 쉽게 잊혀 진다고….

우리가 진실만 가지고 모든 문제를 판단해서는 당연히 안 된다. 아니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객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진실을 눈감아서는 안 된다. 아니 한번은 꼭 봐야 한다. 그럴 때만이 사실은 더욱 잘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