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필성/칼럼니스트

‘계절의 여왕’ 5월의 시작이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녹색의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18대 국회는 이달 29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19대 국회가 30일 국민의 많은 기대와 희망속에 헌정 사상 최초로 300명의 의원을 맞을 준비로 국회사무처는 분주하다. 이중에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한 초선의원은 140명으로 전체 의원의 절반에 이른다. 새누리당 강길부, 송광호, 최봉홍, 민주통합당 박지원 당선자는 올해 70세다. 반면 30대 초반인 김광진(31) 통합진보당 김재연(32) 당선자도 있다.

여기에 탈북자 출신 조명철, 이주민 출신 이자스민 당선자도 민의의 전당에 오른다. 19대 국회는 다양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가히 ‘무지개국회’다. 18대 국회가 줄곧 정치적 악천후로 휘청거린 터여서 더 반갑다.

기상이변마냥 18대 국회는 온갖 정치 이변을 쏟아내며 헌정사의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웠다.

글쓴이는 3·4·5대의 국회출입기자를 지냈기 때문에 오늘의 국회를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른 바가 있다. 지금부터 44년 전인 1958년 12월 24일 저녁 서울시청 옆 국회의사당(지금 서울시의회)의 2층 기자석에서 내려다보는 본회의장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전개되고 있었다. 300명의 건장한 ‘무술경위’들이 떼지어 본회의장으로 난입해 그 곳에서 농성중이던 야당(민주당) 의원들을 남녀노소 가림없이 쌀부대 들 듯 마구 들어서 국회회의장 밖의 지하실 계단으로 집어던지고 있었다. 아수라와 같은 순간이 지나고 야당(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여당(자유당)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본희의장으로 밀려들어와 순식간에 한 건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때 이렇게 통과시킨 법안의 명칭은 ‘국가보안법 개정안’이어서 이 날 사태를 일컬어 ‘국가보안법 파동’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 파동은 60년의 제4대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잃은 자유당이 언론을 정권 연장의  걸림돌로 생각한 나머지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저지른 폭거였다.

1년 남짓 뒤인 60년 3월15일 실시된 정·부통령 선거에서 소위 4할 사전투표를 내용으로 하는 부정 선거로 이어진 끝에 3·15마산의 의거가 도화선이 돼 이기붕 의장과 박마리아 부부가 아들 이강석 소위가 쏜 권총으로 살해됐고, 본인도 자살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진 4·19 학생의거를 불러일으켰던 일들이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잊을 수 없다. 국회 개원을 위한 첫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장을 뽑지 못한 유일한 국회가 18대다. 국회 임기 시작 41일 만에 지각 개원하여 출발부터 신기록을 세웠다.

18대 임기가 시작된 2008년 5월30일 박관용 전 의장은 “개월 날짜부터 지키지 않으면 18대 국회는 장래가 없다“고 꾸짖었다. 불행히도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지난 4년간 단 한번도 여야 합의로 정부예산을 처리한 적이 없다. 매번 몸싸움을 했고 2010년 예산안처리 때는 의원들의 주먹질까지 벌어졌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난해에는 통진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해머, 전기톱, 공중부양, 주먹질 등으로 난장판 국회의 끝없는 저질참극에 국민들은 두 손을 들었다.

여야는 늘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을 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끝없는 논쟁이 이어지자 이명박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다. ‘선발효-후재협상’카드를 꺼냈지만 야당은 귀를 막았다. 새누리당을 떠난 정태근 의원이 단식까지 하며 협상을 촉구했지만 정치권은 결국 동반 몰락의 길로 갔다. 엊그제 4·11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입후보자들은 무엇을 말했는가 한번 냉정히 새겨볼 만하다.

1990년대 히트곡인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다시 처음으로 모든 걸 되돌리고 싶어’다. 18대 국회에선 지독히도 ‘슬픈 예감’이 적중했다. 여야는 초선의원들의 모임을 갖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다지고 있다. 19대 국회가 모든걸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벌써부터 예감은 심상치 않다.

실망스럽게도 벌써 싹수가 노랗다. 개원도 하기 전 제수씨 성폭행 의혹을 받는 새누리당 김형태 당선자가 자진탈당 형식으로 쫓겨났다. 이어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같은 당 문대성 당선자도 재직했던 대학을 떠나면서 같은 길로 갔다. 쇄신을 표방했는데 오히려 파렴치가 싹텄다.
돈과 권력은 상호의존적이다. 권력은 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돈을 가진쪽은 권력에 기대

나 청탁으로 쉽게 문제를 하려든다. 돈이 많이 드는 정치는 부패를 부추긴다.

객관적 지수가 보여주는 우리의 부패실태는 참담할 정도다. 매일 보도되는 뉴스에 부패실태가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조사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세계 183개국 가운데 43위로 평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도 27위로 최하위권이다. 정치권도 부패 근절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새로 출발하는 19대 국회는 강력한 반(反)부패 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