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희망연대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부정과 불법, 부실로 시끄럽다. 총선에서 13석이라는 큰 성과를 통해 제 3당으로써 위상을 드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상태에 빠진 것이다. 4번을 찍어준 국민들이 떠나가고 있으며 지지율이 반토막이 났다.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이 부실과 부정에 대해 책임지기 보다는 책임회피, 적반하장, 버티기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마녀사냥’이라 치부하면서 억울한 피해자임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민심과 여론의 흐름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며 참으로 한심한 자태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흥밋거리이긴 하지만 솔직히 중앙의 얘기이지 시골 지방에서는 남 이야기일 수 있다. 필자 역시 갑자기 통합진보당의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도 통합진보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혼란상을 보면서 나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얼마나 자유로운지 스스로 묻고 싶어서이다.

진보를 자처하든 아니든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진보의 성향으로 분류되고 실제로 진보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많다.(희망연대는 중도를 지향한다. 내부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이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것이라는 것을 안다.) 활동방식도 작은 차이만 있을 뿐이지 진보의 큰 흐름 속에서 활동한다. 국민이나 시민들도 시민단체하면 진보성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민단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농민회, 전교조 등 직능민주단체들도 대부분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나는 이번 통합진보당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 자신 속에 숨어 있는 치부 하나를 보는 듯 했다. 남일 같지 않은 것이다. 시민단체나 직능민주단체들은 단순히 소속회원만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공익성을 말하고 사회의 민주화를 외친다. 그래서 행정이나 정치, 사회에 대해 여러 가지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자처한다. 그런데 그 행동들이 이중 잣대의 모습은 없었는지 뒤돌아 봐진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만 보는 모습이나 나의 실수는 큰일을 하다 일어날 수 있는 그야말로 실수이고 상대가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하지는 않았는지…….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의 무리한 행동을 여러 가지로 분석하지만 대부분은 ‘당권파의 핵심인 이석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당에서의 기득권과 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등 주로 당권파의 세력유지로 해석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달리 본다. 나 역시 학생 때부터 학생운동을 해 왔고 이후에도 시민운동까지 해 온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단순히 세력유지만의 문제는 아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진보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잘 나타나는 나쁜 점이 있다.(당연히 나도 이에 속할 것이다) ‘나는 선(善)의 편이며 진리의 편이다’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나(우리)의 생각에 반대하는 세력은 악이나 적으로 규정하게 되며 나(우리)의 행동은 설혹 실수가 있고 문제가 있더라도 더 큰 적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상황 속에서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고 이해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한다. 같은 직능 안에서 내부 고발자에 대해 조직의 배신자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부류의 의식이다. 아니 그 의식을 진리에 기반하기 때문에 더 심하고 강하며 상식이나 법, 규정보다도 자신들의 생각과 지향을 더 높은 곳에 두게 된다. 개혁과 혁명의 대의를 위해서는 정직성, 합리성, 민주성, 절차의 가치는 거추장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학생운동을 꽤 열심히 하다가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는데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이유 중 하나가 나의 활동이 내가 항상 말해 왔던 민주, 통일, 민중,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순간 나의 이념을 위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보면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이런 모습을 간혹 본다. 평소에는 대의를 외치고 개혁을 말하고 민주, 민중을 말하지만 실제 모습에서는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들…….

무엇인가 사회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나서겠다고 외치는 사람들 안에 많이 있는 부정하기 힘든 ‘불편한 진실’ 중 하나라고나 할까? 이번을 계기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합의를 했음에도 내(우리) 주장이 옳다는 생각으로 그냥 밀고 나간 적은 없는지, 큰 목표를 위해서는 작은 희생이나 손해는 당연한 거라 여기며 무시하고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공자께서는 네 가지를 완전히 끊으셨으니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으셨고 장담하지 않으셨고 고집하지 않으셨고 이기적이지 않으셨다.”

내 생각만이 옳다고 단정 짓는 순간 아집이 생기고 단절과 반민주가 생기는 것 같다. 많이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