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마음속에 간절히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은 것을 우리는 꿈이라 부른다. 삶의 여정을 지나오면서 어떤 이는 그 꿈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또 어떤 이는 꿈을 꾸기만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또 다른 이는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며 살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중에서 어떤 이에 속하는지 잘 살펴보길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꾸며 살아가는데 어떤 꿈을 어떻게 이루어내고 그 꿈을 이룬 후에 그가 사는 모습을 보면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알 수 있다.

  철수의 어머니는 철수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써가며 온갖 좋다는 교육 프로그램은 모두 다 섭렵을 하게했다. 다행히 철수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주는 착한 아들이어서 학창시절을 지내는 동안 늘 모범생의 타이틀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남들이 다 겪는다는 그 흔한 사춘기도 철수 앞에선 꽁지를 내리고 말았다. 그 결과 철수는 우수한 성적으로 엄마가 원하는 명문대학에 당당히 합격을 했다.  

  영희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자유분방한 딸의 성향을 잘 알고 양육방식 또한 딸의 성향에 맞게 최대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항상 영희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 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영희의 어머니가 무엇보다 중요시 한 것은 영희가 원하는 꿈을 이룬 후에는 무엇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지에 대하여 영희가 자신을 향해 질문을 하고 답을 하게 했다. 그 성장의 과정 속에서 영희 또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던 영희는 결코 매서운 바람과 파도 속에 자신을 매몰시킬 수는 없었다. 영희는 결국 철수가 합격한 대학에 버금가는 명문 대학에 합격을 했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삶이라는 배를 타고 현재 순항중이다.

  철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명문대학에 합격은 했는데,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철수는 대학생이 되자 손에서 책을 놓아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 까지가 철수가 해야 할 일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전혀 저항 없이 살았던 철수는 자신의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공부만 하고 살았던 내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허무감과 상실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문제를 골똘히 들여다 본 결과 철수는 두 가지 답을 얻었다. 한 가지는 자신의 내면에 물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궁금함이 없으니 그저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하면 그것이 정답인 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나머지 한 가지는 명문대학에 합격한 이후의 삶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 삶에 아무런 로드맵이 없이 그저 어느 지점을 설정해 놓고 거기까지 도달하기만 하면 그 이후의 나의 삶은 핑크빛 드라마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 젊은 세대들 중에는 이렇게 철수와 같이 방황을 하는 청년들이 참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나마 본인의 문제점을 어느 순간에 깨달을 수 있는 지적 호기심이라도 발동을 한다면 그동안에 낭비했던 시간들이 상쇄가 될 테지만 그 작은 호기심조차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청년에게 미래는 참 암울할 것이다. 청춘들에겐 기성세대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강력한 시간이라는 무기가 있다. 그 무기를 어떻게 활용을 하는가에 따라서 그들의 삶의 질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꿈이라는 것은 어느 지점에서 그것을 이루었을 때 끝내버리는 한정된 개념이 아니다. 꿈은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에 끝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며 완성해야 할 거룩한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루고 싶은 그 무엇이 있을 때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음을 던져야만 한다. 그 꿈을 이룬 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다음엔 무엇을 할 건지, 또 그 다음엔 무엇을 할 것인지. 그래서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던져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아포리아의 상태까지 갔을 때 나의 머리와 가슴속에서 터지는 대답이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