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챗지피티(ChatGPT)를 사용해보셨나요? 예전에는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생각을 보조하는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의 생각을 대체하는 것 같아서 놀랍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식인의 양심입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은 도덕성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물론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비도덕적이고 위험한 요소들은 최대한 제거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보들이 의도에 따라 잘못 조합될 수 있어서 인공지능이 악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포함한 사람들 상당수가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을 연기하거나 반대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을 계기로 지식인의 양심과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가짜뉴스가 판치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혼탁한 세상입니다. 진실과 객관성을 포기한 진영논리에 의해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우리가 ‘탈진실(post-truth) 사회’에 들어서는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지식인이란 당 시대 평균치 이상으로 배운 사람을 말합니다. 이는 지식 계층에 속하며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도 수행하는 양심적인 사람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런 지식인에겐 지적 양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칸트(Immanuel Kant)는 양심이란 인간의 본질과 일체를 이룬다고 말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지식이 있어도 인격 수양을 계속하지 않고 도덕을 무시하면,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해져서 사회에 큰 해독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사실 인류 사회에 큰 해독을 준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무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시대의 양심,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한 지식인도 많았습니다.

촘스키(A. Noam Chomsky)는 "지식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단언합니다. 그렇습니다. 혼돈과 혼란의 시대에 지식인은 진실을 위해 말하고 글을 써야 합니다. 만일 말할 수 없다면 적어도 곡학아세는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진실을 위해 행동하지 못한다면, 거짓을 말하지 않고 불의에 협력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예전의 정권에서 4대강 사업이 있었습니다. 생각과 양심이 있는 지식인이라면 찬성하기 힘든 전대미문의 국가사업이었음에도, 거기에 동원된 학자들은 입으로 그 사업의 정당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고, 이 나라의 국민과 자연에 대한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집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이 편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고, 한국전쟁의 참화를 딛고, 야만의 독재를 경험한 이 땅에서 지식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양심을 지키려는 지식인들은 존경받았을지는 모르지만, 적지 않은 고통을 대가로 치르지 않으면 안 되었음을 압니다.

나라가 참 어렵습니다. 자유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3권분립이 흔들리는 조짐도 보입니다. 공개적인 의사 표현에 공포를 느낍니다. 언론인들도 주저하는 듯합니다. 경제와 외교, 안보의 길도 우울합니다. 시급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사회의 고민과 대안을 담은 지적 담론을 주도해야 할 지식인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지식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과 공의를 배반하면 인격이 결여된 위선자가 되고 맙니다. 뱅다(J. Benda)는 “지식인은 이성을 통해 진리와 이상을 추구하는 성직자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념과 이익에 따라 현실과 야합하는 배신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네 편 내 편, 진보 보수가 기준이 아니라 도덕과 양심에 근거한 이성적 지식인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소신 있는 발언이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배신의 낙인을 찍어 돌팔매질을 당하는 현실이지만 이는 지식인들이 스스로 가져야 할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의무이자, 가진 자가 봉사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일 것입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지식인들의 양심과 인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직시하고 지식인은 지도자답게, 종교인은 종교인답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기도처럼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