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올해로 79주년 광복절을 맞이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에서는 광복절 기념식이 거행되었고 국경일 중에는 가장 성대한 행사가 열리는 것이 우리가 그동안 기억하는 광복절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무슨 일인지 나라가 시끄럽다. 새로 임명된 독립기념관 관장에 대한 인사가 국민들에게 매끄럽지 않은 모양새로 비치고 있다. 한정된 지면에서 정치에 관해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따로 정치에 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는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에 대하여 분노와 한숨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역사를 거슬러 고대사로 돌아가나 다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근현대사로 돌아가나 결국 반복되는 역사의 공통점은 우리를 더 화나고 아프게 한다. 그것은 바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언제나 최전선에서 나라를 위해 투신했던 사람들은 민초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에도 임금은 백성을 버리고 몽진을 떠났지만 백성들은 나라 곳곳에서 의병을 일으켜서 목숨을 걸고 왜적들과 싸웠고,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정확히 이틀 후에 대통령은 정부 각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피난을 떠났지만 그 시절 어린 남학생들까지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나가서 총을 들었다. 광복절 이야기를 꺼내다가 뜬금없이 역사를 되짚어 본 이유는 지금 이 나라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과거와 현재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낸 국민들은 올림픽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역대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고 우리의 문화는 이제 외국의 부러움을 사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결과는 결코 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해낸 일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피땀 흘려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들이 이루어 낸 뿌듯한 업적이다. 그런데 나라에 일어나는 일들은 참 부끄럽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라를 지키는 젊은 군인에게 구명조끼 하나 입히지 않고 물속에 떠나보냈어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민족 최고의 국경일인 광복절 경축식이 절름발이 행사로 치러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덴마크의 시민들은 나라의 정치인들에 대하여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뽑은 정치인을 온전히 믿으며 정치인들 또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과는 의식수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는 정확히 알게 되었다.
파리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은 참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프랑스라는 나라의 시민의식 또한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을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알게 되었다. 우리 선수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 주최 측의 여러 실수들을 통해 경기 운영 능력이 우리의 평창 올림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진다는 평가가 인터넷에 회자되기도 했다. 우리는 이렇게 사회의 전반적인 모든 일들을 놀랍도록 멋지게 해내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정치만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역대 올림픽에서 이토록 놀라운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을 우리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 비결은 바로 양궁협회의 올바른 정치력 덕분이었다. 정치인들이 양궁협회가 어떻게 운영을 하는지 좀 배웠으면 좋겠다.
올해는 사상 최고의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제 더위도 재난에 해당하는 시절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아마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힘든 여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의 모습을 바꾸어버리는 현실을 우리는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 인간이 지구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인성을 더 아름답게 가꾸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야만 한다. 국민의 의식이 높아질 때만이 이 나라의 정치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을 할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걸 만한 시간의 임계치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으니 국민들이라도 먼저 정신을 차려야 그나마 이 이상한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