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이 샴푸 미쳤어요. 비누향이 미쳤어요. 미친 가격. 미친 효과. 미친 피부. 미친 외모. 미친 존재감......  하루에도 몇 번씩 눈만 뜨면 휴대폰의 화면에 또는 미디어의 광고에 나오는 문구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는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물건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물질에 의존을 할 때만이 그 지위를 공고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소비자를 유혹해서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한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라는 생태계의 운명이다. 그러면 여기서 필요한 물건을 사야하는 소비자는 또다시 그 어쩔 수 없는 유혹에 넘어가야만 하는 자연스러운 의식의 순환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문구를 통해 배를 불린다. 이런 광고 문구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미디어에 노출이 되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이유이다. 오죽하면 나는 이런 문제들을 정부 관계부처에 제안을 해서라도 바꾸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이제 우리의 한류는 전 세계인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 특히나 우리의 한글은 날로 그 인기가 올라가고 있어서 어느새 외국 제품들도 상표명을 한글로 표기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언어는 한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를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정신의 그릇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점점 그 그릇에 흠집이 생기고 금이 가고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유난히 격한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부드럽게 발음해도 되는 단어들도 남들보다 훨씬 강하게 발음을 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그의 정서가 안정되지 못하고 그로인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인지하는 능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확대해서 보자면 한 나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린시절에는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이 지금처럼 미간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자극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이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우리는 자본주의의 달콤한 속임수에 우리의 정신의 근간을 세뇌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 중에는 한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말의 소리가 예쁘게 들려서 배우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들마저 미친 소비자로 전락시켜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전 세계인이 그토록 좋아하는 나라에서 만드는 제품들의 광고문구가 갈수록 품위를 잃어간다면 제대로 된 의식을 가진 소비자들은 당연히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굳이 미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직하고 공익적인 의식을 가진 기업은 그들이 만든 제품에 굳이 격이 낮은 문구를 넣어서 광고를 하지 않아도 같은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구매하게 되어있다.

 이제 우리는 이 지구를 이끌어갈 모범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만 하는 시기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격을 높이는 방법은 온 세상이 좋아하는 한류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우리가 자본주의의 형태 속에서 살아가기로 선택을 했다면 좀 더 멋지고 품격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소비자를 향해 다가갈 때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밝고 아름다운 청사진이 될 것이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언어는 전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보물 같은 언어다. 그 보물을 우리가 얼마나 아름답게 구사하고 보존하며 발전시키는 가에 따라서 우리의 국력과 국격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