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익산시 사회복지협의회장
(사)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총선이 끝났다. 총선 내내 언론들은 여야의 정책에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면을 통해서는 여야의 샅바 싸움만 보도했었다. 뭔가 민생을 위한 정책 변화에 대한 진단이 부족했다. 더 심하게 말하면 변화의 핵심을 알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진보진영에서도 총선이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대파 사건과 이조범죄자 심판의 진영대결로 감에 따라 민생의 중요한 문제들이 묻혀버리고 말았다.

사실 민생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출생 기본소득 지급 등 양육 정책과 공공분양주택 확대 등 기본 주택 정책, 국립대 및 전문대는 전액 무상 교육과 4년제 사립대는 '반값 등록금',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경로당 하루 한 끼 지원 등 ‘기본사회 5대 정책’을 공약내 놓았고, 조국혁신당은 ‘제7공화국 개헌 공약’으로 헌법에 사회보장권, 임신·출산·양육권, 주거권 등을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민생 분야 1호 법안으로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발의해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딀의 노동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제22대 총선에서 승리한 진보진영은 본인들이 제시한 사회복지 정책을 좀 더 매력적인 이미지로 설계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인가?

사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사회복지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 사회복지는 ‘퍼주기’다. 혹은 사회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이다. 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사회복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필자는 왜 그렇게 생각할까? 그건 사실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회복지 하면 4가지를 떠 올린다.

첫째가 공공부조(公共扶助)이다. 이는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즉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이다. 국가의 도움 없이는 기초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므로 시혜를 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두 번째는 사회보험(社會保險)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보험 제도는 의료보험 · 연금보험 · 산업재해보상보험 · 고용보험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사회복지에서 이 사회보험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사회보험제도가 갖추어진 나라를 복지국가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본인들아 어느 정도 기여(寄與)해야만 받는 제도이다. 원래 사회복지의 출발점이 여기서 시작된다. 세계적으로 이 사회보험제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세 번째는 사회서비스(Social Services)이다.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네 번째는 사회수당(社會手當)이다. 이는 보편적 복지로 국민이면 누구나 혹은 인구학적인 일정 조건만 갖추면 기여(寄與)하지 않아도 지급 받는 복지혜택이다. 태어나면 받는 수당, 나이가 차면 받는 수당, 장애가 되면 받는 수당, 명절이 되면 받는 수당 등이 이것이다.

OECD 국가에서 위 4가지 제도를 종합해서 만든 통계가 있다. 누가 사회복지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가? 라는 통계이다. OECD는 사회복지 층을 3등분으로 구분한다. 상위 30%, 중위 40%, 하위 30%이다.

그럼 누가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가?

우리는 보통 하위층이라 생각할 것이다. 절대 아니다. 중위층이다. 중위층이 57.3%, 하위층이 27.3%이다. 두 배를 더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모르고 사람들은 사회복지는 ‘약자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과 함께 마치 능력도 없고 게을러서 받는 것처럼 낙인을 찍는다.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인가.

중산층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다양한 방식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 4대 보험에 가입하면 나 혼자 기여(寄與)한 것이 아니다. 국가나 기업이 함께 보호해 준다. 이것이 사회복지 혜택이다. 사회수당도 사회서비스도 다 받는다. 영리한 사람들은 더 받는다. 정보를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심지어 이탈리아나 포르투갈 같은데는 상위 30% 계층이 가장 많이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유럽 타 국가들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고 있다. 남미는 더 심하다. OECD 국가 중에도 상위층이 많이 받는 나라도 많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랬던 적이 있다. 일반 사람들이 4대 보험을 들 수 없을 때 대기업에 다닌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해서 그 혜택을 누렸었다. 그래서 사회복지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받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진보다 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들을 알아야 한다. 사회복지는 근본적으로 중산층을 튼튼하게 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기초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지금 사회복지에 대한 추세는 세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양의 대기업들은 기본적인 생산과 소비가 원활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소득에 관계없이 인간적인 삶뿐만 아니라 좀 더 매력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기본소득’이다. 일정한 조건만 갖춰지면 모두에게 지급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사람들은 적게 내고 많이 받으려 하는 욕망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북유럽 국가들이 왜 선진사회복지 국가가 되었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보수는 감세를 주장하고 진보는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절대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 대체로 후진국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경향은 이렇다. ‘기업들의 법인세 좀 올려서 사회복지예산을 늘리면 안 될까.’ ‘부자들이 좀 많이 내면 안 될까.’ 하는 생각들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복지국가로 성공한 예가 없다.

이제 진보든 보수든 솔직히 말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어떻게 해서 사회복지 예산을 구축했는지 말이다. 사회복지는 받는 사람 수도 늘려야 하지만 내는 사람 수도 늘려야 한다. 예산의 확보는 ‘신뢰’에 있다. 내가 어려우니 도와달라 하면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신뢰 말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신뢰도에 대해서 OECD 통계를 보면 85% 수준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45%이고 미국도 우리와 비슷하다. 왜 미국은 복지국가 되지 못하는가? 의 물음엔 이것이 답이다.

부자들만 내라고 하면 안 된다. 타협이 중요하다. 우리 서민도 낼 테니 부자들도 협력해라. 함께하는 진보의 매력이 솟아나야 한다. 부가가치세, 소비세 등을 놓고 타협하여 사회복지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미국식 복지로 가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