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근처 농장에서 버터를 사다 쓰는 빵집 주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버터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 하루는 농장에서 사 온 버터의 무게를 달아보았더니 예상대로 무게가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닙니까? 화가 난 빵집 주인은 농장주인을 법원에 고발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자 판사는 농장주인에게 버터의 무게를 어떻게 측정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농장주인은 빵집 주인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사람의 빵집에서 사 온 1파운드짜리 빵과 버터의 무게를 같게 해서 잽니다” 빵의 무게를 속여서 팔았던 빵집 주인은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요즘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은 몇 그램(g)인가요? 이웃이나 주변에 물어보니, 200g부터 120g까지 각양각색의 답변을 돌아왔습니다. 예전에는 보통 200g이었던 것 같은데, 요새 주변을 둘러보면 점점 줄어들어 심지어 100g인 음식점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안 올리면서도 용량을 슬그머니 줄여 사실상의 가격 인상을 몰래 하는 것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합니다. '줄어들다, 감소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이런 식의 '꼼수 가격 인상'은 사실 알게 모르게 일상적으로 경험해 오던 일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들어서 발생한 '꼼수 인상' 사례를 찾았더니 모두 33개가 적발됐습니다. 가격은 그대로라도 용량이 줄었으니 사실상 가격 인상이 일어난 건데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겁니다. 5% 이상 용량을 줄이면서, 단위 용량 당 가격 인상이 일어났음에도, 이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입니다.

날이 갈수록 쿠키와 비누는 작아지고, 휴지는 얇아지고, 음료수병은 날씬해지고 있습니다. 약간 줄인 것도 아니고 용량을 20% 넘게 슬그머니 줄여 내놓은 제품이 30.4%, 10~20% 사이로 줄인 것도 또 30.4%나 됐습니다. 포장은 똑같거나 비슷한데 중량만 줄이니 소비자가 알아채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재료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많아지면 업계는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르지 않는 상품을 보고 제조사에 호감을 느끼다가도, 막상 제품을 사용하려 하면 양이 줄어 들었으니, 배신감마저 느끼기도 합니다. 양이 줄어든 건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때도 많습니다.

보통 소비자들이 눈치채기 힘든 과자나 빵, 화장지 등 식료품이나 생필품에 이런 짓을 많이 하며 눈치채지 못하게 다른 포장 용기를 쓰거나 밝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눈속임하는 예도 있습니다. 반대로 브랜드의 가치가 중요한 명품 업체 등에서는 이런 방식을 쓰기보다 대놓고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슈링크플레이션은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됐고,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장관이 나서서 '스캔들'이라고 질타한 적도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초콜릿바 크기가 줄어들었다”라고 언급했을 정도인데요. 이에 대해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기업은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꼼수를 써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소비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일종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채 당하기 때문에, 알고 나면 더 기분 나쁩니다. 이 분야를 연구한 학자들은 소비자들이 꼼수에 넘어가지 않는 정부의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결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슈링크플레이션은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비슷한 꼼수를 쓰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맘 편히 제품과 회사를 믿고 사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제품의 단위당 무게를 기억하고 항상 주시하는 습관을 들이는 등,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똑똑한 소비자가 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뉴스를 대하다 보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다소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신적이고, 도덕적이고, 영적인 면에 있어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정치적인 것과 엮여 있어 예민한 부분이 있지만, 국민의 대다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이런 소박한 바람이 깃든 도덕적 사회, 공평하고 의로운 나라가 세워지길 소망하는 것은 너무 거창한 바램일까요? “공의는 나라를 영화롭게 하고 죄는 백성을 욕되게 하느니라”(잠언 14장 3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