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필성/칼럼니스트
2012년 임진년(壬辰年), 올해는 용(龍)의 해. 그중에서도 흑룡 띠의 해이다. 우리 국민은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를 통해 앞으로 5년간의 나라 진로를 다시 정하게 된다.
김정일 사망이란 급변사태로 김일성ㆍ김정일을 이은 김정은 삼대(三代)세습체제가 북한을 어디로 끌고 가는지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남ㆍ북 양 체제모두가 역사의 갈림길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동맹국 미국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정권의 재집권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일본 민주당 정권 총리 임기도 9월로 끝나게 된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 중국도 10월 후진타오(胡錦濤)주석 시대를 끝내고 시진핑(習近平)시대에 들어선다. 북한의 구 동맹국 러시아도 3월 대통령선거를 치르게 된다. 따라서 2012년은 한반도라는 도가니의 안과 밖이 함께 들끊는 해가 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핵을 둘러싼 논의가 상당히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은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민족적 과제다. 미국ㆍ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북한의 온건 개혁파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 환경 역시 매우 불안정하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국제경제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ㆍ일본은 물론이고 신생 동력으로 주목받던 인도ㆍ러시아ㆍ브라질의 성장도 힘을 읽어가는 형국이다. 대외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우리 경제에 대해선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종이 울리고 있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는 몇 차례 선거 과정에서 분명한 숫자로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지난 10월 서울시장 선거는 기존 정치권의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확인해 주었다. 돌출된 ‘안철수 현상’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민심의 갈망이었고 과열된 ‘나꼼수 열풍’ 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불만의 폭발이었다.
그러나 민심의 바닥은 경제의 양극화가 여론의 분열과 갈등의 심화를 가져온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소득 2만 달러에 잔인한 성공모델이 이제 시대적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새로운 국가발전모델과 새로운 정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요체는 복지에 대한 요구다. 무상급식이란 이슈가 터져 정치판을 양분하고, 서울시장 선거를 뒤집고, 마침내 여당인 한나라당까지 복지 비상대책을 내놓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서구 복지 선진국 같은 고비용과 고복지 모델을 따라할 수는 없는 우리의 처지다. 지금의 저비용ㆍ저복지에서 앞으로 중비용ㆍ중복지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복지를 뒷받침할 성장을 외면해선 안 된다.
내수와 일자리 창출로 성장의 동력을 삼은 동시에 성장과 함께 가는 ‘일하는 복지’ 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새해 총선과 대선은 산적한 난제를 풀어가기 위한 여론수렴의 장인 동시에 개혁의 동력을 모으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동시에 선거는 정치권력을 다투는 싸움판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거 과정에선 갈등과 분열 그리고 대립이 불가피 하다. 소중한 민주주의를 가꿔가는 사회적 비용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 이라 부르는 것은 국민이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의지가 여론이란 형태로 표출되고, 선거결과로 반영되고, 당선자로 구현된다. 마침내 성난 민심이 순화되고 제도화됨으로써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되찾아주는 정화장치가 선거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시대에 격양된 목소리는 더 넓고 크고 깊게 퍼져나갈 것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온갖 허위사실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은 엄격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룰을 어기는 후보에게 냉정한 심판을 내림으로써 주권이 왜곡 당하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이번 총선은 의회 권력지형은 물론 12월 대선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총선 예비후보는 245곳의 지역구에 1738명이 출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7.1대 1의 경쟁률이다.
우리고장 익산갑은 4명이 익산을은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은 분명 위기이지만 얼마든지 기회가 될 수 있다.
새해는 승천하는 흑룡처럼 요동치는 한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를 살려내 총선과 대선에서 당당히 심판받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