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와각지쟁은 직역하면 연약한 달팽이의 촉수끼리 싸운다는 말로 아주 사소한 일 때문에 싸우는 모습이나, 작은 세력끼리 별 볼일 없는 일을 놓고 벌이는 다툼을 뜻한다. 굳이 다투지 않아도 되거나 설사 다투더라도 아무런 실익이 없는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경고를 하는 의미인 셈이다.

한마디로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모양새를 가리키며 사소한 차이를 뛰어넘는 넉넉함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통해 상생의 미덕을 찾아가길 바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이다.  

와각지쟁은 장자의 칙양편에 나오는데 만씨의 나라와 촉씨의 나라가 싸운다는 예를 들어 불필요한 싸움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고사다. 군웅이 할거하던 중국 전국시대에 위나라 왕이었던 혜왕은 정전협정을 맺은 제나라의 위왕이 협정을 위반하자 화를 내며 제나라를 혼내주기로 결심했다.

위나라의 혜왕은 칼 잘 쓰는 자객을 파견해 제나라의 위왕을 암살하기로 작정하게 되는데 이때 공손연이라는 신하는 한술 더 떠 제나라를 침공하자는 전면전 전략을 꺼내들었고 계자라는 신하는 백성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라며 자객파견이나 전면전 모두를 반대했다. 의견이 엇갈리자 혜왕은 재상이었던 혜자에게 묘책을 물었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었는지, 아니면 해법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입을 빌리려 했는지 혜자는 당시 현인이라고 명성이 높던 대진인이라는 사람을 천거했다.

혜왕 앞에 나온 대진인은 달팽이의 싸움을 예로 들며 사소한 차이로 다투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며 그 결과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며 평화를 선택하라고 권고한다.

대진인은 “달팽이에게 두 개의 촉수가 있었는데 한 쪽은 촉씨 성을 가진 사람의 나라이고 다른 한쪽은 만씨 성을 가진 나라였는데 둘이 서로 싸우는 바람에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한편 도망가는 적군을 추격하기를 보름이나 해 두나라에게 아무런 득이 없이 피해만 속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위나라의 혜왕이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자 대진인이 답하길 “광대한 우주를 보고 사는 사람에게는 나라조차도 티끌에 불과합니다.

우주에서 바라다보면 위나라와 촉나라의 다툼이라는 것이 달팽이의 촉수가 벌이는 싸움에 불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듣고 있던 혜왕이 그 도를 깨닫고 “대진인이야말로 현인 중의 현인으로 위대한 인물이다”라며 평화를 선택하게 된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고사가 아닐 수 없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사소한 일에 민감해지고 정치권도 이명박 정권의 일방통행식 불통정치로 여야할 것 없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나만 옳다는 이명박식 정치가 국민들에게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와각지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이 여당에게 쏟아지는 현실이 부담스럽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권 경쟁과 대권후보의 주도권 다툼으로 소란스럽다.

특히 혁신과 통합과의 통합을 놓고 당내 견해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혁신과 통합에 참여한 인사들이 문재인 이사장과 몇몇 상층지도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당행위를 했거나 구태정치인들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전북지역만 해도 전주를 제외하고 혁신과 통합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이 민주당의 우려와 일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각지쟁하기보다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통합을 통해 이명박 정권과 맞서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이런 와중에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민노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와 일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진보통합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를 두고 드디어 전태일과 노무현의 만남이라며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실 진보진영은 서로의 차이를 좁히기보다는 사소한 차이를 크게 보고 와각지쟁의 우를 범하기도 했다. 살펴보면 보다 큰 틀에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었겠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의 유시민대표가 끈질기게 진보통합을 추진하고 민노당의 이정희 대표가 화답함으로써 민노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 시민사회가 상생을 위한 통합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반갑기 그지없는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세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통합진보 정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영남의 한나라당, 호남의 민주당으로 양분된 지역주의 정치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이 종식시키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사소한 차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단결과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진보시민 진영이 준 점이다. 한 마디로 와각지쟁의 우를 버리고 협력과 협치라는 국민적 여망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익산도 오랫동안 민주당의 지역패권정치에 시달려 왔다. 서울의 민주당과 익산의 민주당은 그 내용과 표현방식이 전혀 달랐다. 서울과 여의도에서는 민주당인 것 같은데 익산에서는 한나라당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되니 익산시민의 머슴이 아닌 상전으로 군림한 것이다.

영남의 한나라당, 호남의 민주당, 제3정당인 통합진보정당이 모두 전국정당이 되어서 와각지쟁보다는 국민의 복리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길 촉구한다. 독점과 독선의 정치가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이명박 정권을 통해 몸소 배우고 있지 않은가. 이 비싼 수업료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역주의, 독과점 정치가 종식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