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이명박 정권의 막가파식 정치, 불통정치로 인해 민심이 한나라당을 떠나자 한마디로 야단법석이 났다.

이명박 색깔을 지우기 위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고 비상대책위 체계로 4.11 총선까지 치르겠다는 것이다.

사회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해지고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온 사람들이 총선을 앞두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을 견제하지 못한 채 새로운 지도부 구성과 야권통합 문제로 시끄럽기 이를 데 없다.

모두 국민을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내년 총선과 대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샅바싸움 성격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정치인 개개인은 제법 훌륭한데도 당파와 당쟁으로 인해 상식과 정의, 진리 등 보편적 가치 추구에 인색하게 된다.

이명박 정권의 과오는 여기에서 두드러진다. 한나라당의 영구집권과 본인의 명성을 만세에 남기기 위해 정치를 상식으로 풀지 않았고 국민이 잘못된 것이라는데도 어거지로 그 정당성을 부르짖었다.

방송장악을 위해 조중동과 매일경제의 종편허용, 불법·탈법 4대강사업의 강행, 부자감세, 반통일적 분단정치 고착화, 자신은 모두 옳다는 일방통행정치 등 수를 셀 수 없는 독선과 오만이 정치를 무력화시켰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조종하는 리모콘에 의해 작동하는 기계에 불과했고 민주당과 야권은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분열시키고 서민경제를 파탄 낸 정권은 일찌기 없었다.

민주당 역시 당권과 대권에 집착해 정도를 걷지 못하고 있고 진보정당들도 분열되어 있다가 겨우 통합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실종되고 당리당략 입장에서 당동벌이만 난무한 셈이다.

당동벌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오로지 무리와 당을 지어 정파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것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다.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한 후 영구집권을 위해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황제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로 등극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황제 주변을 둘러싼 간신배, 외척, 환관 등 친위세력이 나랏일을 농단하게 되었다.
후한 때는 황태후가 어린 황제를 대신해 섭정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역시 황태후의 외척이 세력을 잡고 권력을 좌지우지 했는데 황제가 장성한 후에는 이 꼴이 못마땅해 환관 세력을 키워 외척을 견제하게 된다. 외척, 환관, 선비집단들이 옳고 그름을 떠나 당파와 무리를 지어 권력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를 당동벌이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려한 2004년에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는데 당파적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최악의 사건인 대통령 탄핵을 시도한 것을 두고 당동벌이를 선택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정치가 그저 싫어 당리당략적으로 탄핵을 시도한 어처구니없는 일을 목도한 국민들이 당동벌이라며 혀를 찼던 것이다.

그런데 2011년이 다 가는 마당에 또다시 당동벌이의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2004년에는 국민들이 싫어하는데도 당동벌이를 하더니 2011년에는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당동벌이를 하고 있다.

까닭이 어떻든 당동벌이를 하고 있는 정치인의 행보와 정치적 수사 등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국민들의 혜안이 없다면 정치인의 당동벌이는 끊임 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국민들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당동벌이를 하는 정치인을 선택한 국민들의 수준만이 당동벌이 정치를 막아 낼 수 있음에도 국민들은 비판과 비난에만 머무른 채 책임 있고 지혜로운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동벌이가 난무하다보니 위민정치를 할 수 있는 참신하고 지조 있는 선비는 초야에 묻히고 겉만 번지르르한 가식정치인만 난무하는 형국이 되었다.

익산의 정치판은 더욱 가관이 아닐 수 없는 것이 기득권에 빌붙어 먹던 정치꾼, 지역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윗사람에게 이쁨받아 낙점을 받으려는 기회주의 정치꾼, 준비도 안 된 채 요행을 바라는 정치꾼, 시민을 속이는데 능숙한 정치꾼, 가식으로 똘똘 뭉친 정치꾼들만이 설쳐대는 것은 아닌지 여간 개탄스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진정으로 시민의 눈높이에서 그들과 진정성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분별하는 시민의 정치의식과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상식과 보편적 가치를 올바르게 실천할 정치인을 뽑느냐, 당동벌이 같은 패거리 정치에 기대는 정치인을 뽑느냐는 시민들의 몫이다.

당동벌이의 정치판에서 보편적 가치인 정의, 진리, 상식이 통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를 바라는 재야 생활 정치인의 외침은 당동벌이의 정치판에 고스란히 묻힐 것인가, 아니면 정치권과 시민의 치열한 고뇌와 쇄신의 산고로 나타날 것인가, 화두를 던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