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희망연대대표,제일한의원 원장

“子路曰 子行三軍 則誰與 子曰 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好謀而成者也”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지휘하신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으려 들거나 걸어서 강을 건너려 하다가 죽더라도 뉘우치지 않는 자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 일에 임해서는 두려워하고 깊이 궁리하기를 좋아하고 마침내 이루는 자와 함께 할 것이다.”(술이편)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자로라는 제자가 공자에게 삼군을 지휘한다면 누구와 함께 하겠냐고 하자 분기탱천하고 용감한 자가 아닌 마침내 이루어 내는 자와 함께 하겠다는 말을 전한다. 언제 봐도 오래 남는 문구이다. 나는 과연 분기탱천한 자인지 아니면 진정 궁리하고 또 궁리하여 마침내 이루려고 하는 자인지 자꾸 자문해진다.

시민단체 활동을 오래하다 보니 여러 상황이 주어지고 그러다 보니 그 때 그 때 확고한 원칙과 입장을 가지기가 어렵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무엇이 옳은 길이고 무엇이 바른 방향인지 찾기가 어렵다. 아마도 공자시대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한치 앞을 알기 어려운 시기이다. 황제의 권위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각 제후들이 거의 왕처럼 난립하는 시기, 아니 그 제후들마저 자신들의 가신들에 의해 황제의 모양 오리알 신세가 된 시기, 공자시대는 이 단계를 더 나아가 몇몇 세도가인 집안마저도 권력을 가진 대부들에 의해 혼란과 혼돈의 상태에 빠진 상황이었다. 누구나 조금의 힘만 있으면 주인공인양 행세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 상황 속에서 공자는 진정 이런 난세를 바로잡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들고 일어나고 힘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을 마침내 평안하게 이룰 수 있는 노력과 자세, 오랜 계획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나는 상황이 복잡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때 이 문구를 본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잘 생각나지 않을 때 이 문구를 본다. 어떤 것이 이루는 일인가? 어느 것이 축적하는 길이며 쌓아가는 길인가? 어느 것이 시민들에게 도움되는 길인가? 왜 나는 시민운동을 하는가? 계속 자문하고 자문한다.

“子在陳曰 歸與 歸與 吾黨之小子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선생님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말씀하셨다. "돌아가야겠구나! 돌아가야겠어! 나를 따르는 젊은이들은 과격하고 단순하여 찬란하게 무늬옷감은 이루었으나 그것을 어떻게 마름질해 나가야 할지는 알지 못하는구나!"(진심편)

공자의 한탄은 진(陳)나라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젊은이들조차 이처럼 거칠고 급진적인 단순함에 떨어져 "나아가 취하려"고만 할 뿐 어떻게 그 목적을 이루어 나갈지를 모르는 맹목성에 빠져 있음을 안타까움과 실망 속에서 위와 같이 지적하였다. 나아가 취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마름질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 필요하다. 그러나 이 돌출된 발언을 뒤집어 진나라에서 공자를 추종하던 일군의 젊은이들에 시각을 맞추어 본다면 어떠할까? 그들의 눈에도 공자는 어느 정도 존경할 만한 사람이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욕을 뒤따르지 못하고 중도(中道)라고 하는 모호하고 성에 차지 않는 길이나 가르치는 늙은이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심지어는 가까운 제자들 중에서도 이런 시각은 어느 정도 온존하고 있었을 것이다.
공자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진정 이루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간다.

“子貢問 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자공이 물었다. "사와 상 중에서 누가 더 낫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모자란다."자공이 말했다. "그러면 사가 더 낫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선진편)

“子曰 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견乎 狂者進取 者有所不爲也”
"중행(中行)을 얻지 못하고 간여하면 반드시 과격해지거나 완고해진다. 과격한 자는 나아가 취하려 하고 완고한 자는 하지 않는 바가 있다."(자로편)

이룬다는 것은 하는 것을 이야기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룰 수는 없다. 그러나 나아가 취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또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과연 이루는 운동을 해 왔는지 아니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나아가 취하려고만 했는지, 깊고 깊은 성찰을 해 본다. 시민운동 8년의 시간을 되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