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10.26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전국적으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보궐선거는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실정에 대한 심판의 성격과 함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리하게 밀어부쳐 발생한 정책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시각을 확인하는 선거가 될 것 같다.

다시말해 복지와 토건에 관한 서울시민과 국민의 의식을 읽을 수 있는 선거인 셈이고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과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짙은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익산지역 도의원 보궐선거는 민주당 심판 성격이 매우 강한 특징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와 달리 익산의 도의원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민주당 책임론이 쟁점인 선거란 점이다. 따라서 익산의 여당인 민주당 후보에 대해 나머지 야권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단일후보를 낼 것을 희망하는 것이 익산시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란 그리 녹녹치 않은 모양이다. 익산시민이 볼 때는 이번 선거의 쟁점과 목표가 분명한데도 민주당 후보에 맞서는 야권 후보들 진영에서는 목표와 성격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민주당으로 인해 안 치러도 될 선거를 하게 되고 근본적으로 민주당의 오만으로 빚어진 선거이기 때문에 민주당을 심판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는 후보들과, 민주당 때문에 하게 된 선거라서 민주당과 차별화된 정체성과 선명성이 뚜렷한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맞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진영으로 구분되고 있다.

여러 차례 단일화 논의를 하고 후보 진영의 입장과 의견을 종합하고 있지만 후보단일화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각자위정의 우를 범할까 심히 우려된다.

각자위정은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고사로 서로 힘을 모으고 협력하지 않은 채 각자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면 그 결과가 매우 불행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한마음 한뜻으로 상호 협력할 때 그 결과가 모두에게 좋다는 고사인 셈이다.

춘추시대 송나라와 진나라가 가깝게 지내던 시기가 있었다. 진나라와 라이벌 관계인 초나라의 장왕은 송나라가 진나라와 동맹한 것에 분을 삭일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초나라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초나라의 장왕은 동맹국인 정나라에 송나라를 칠 것을 명했다.

정나라 역시 힘이 센 동맹국 초나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정나라 입장에서도 송나라와 진나라의 동맹이 위협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송나라를 치기로 했다.

장나라의 침공을 눈치 챈 송나라는 결전을 앞두고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송나라 장수 화원은 특별히 군사들에게 양고기를 나눠 주었고 양고기를 실컷 먹게 된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먹을 것 귀하던 시절에 귀한 양고기를 먹게 되었으니 군사들의 사기가 높아진 것이다. 모든 군사들이 양고기로 인해 기뻐했지만 단 한사람 양짐 만이 불만을 갖게 되었다. 

마차를 모는 양짐은 전투를 하는 군사가 아니라고 여긴 화원이  양고기를 분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화원의 참모부장이 양짐에게도 양고기를 분배할 것을 화원에게 요청했지만 화원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직접 전투를 하는 군사들이 중요하지 귀한 양고기를 하찮은 마차부에게 먹게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였다. “양고기를 분배하는 일은 내 권한이니 참견하지 말라”며 참모부장을 나무랬다. 다음날 송나라와 정나라 양군의 전투는 치열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용호상박의 전투였던 셈이다. 마차부 양짐이 모는 수레 위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화원은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나라의 약점을 찾기 시작했고 오른쪽 측면이 허술함을 발견한후 마차부인 양짐에게 오른쪽으로 마차를 몰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마차부인 양짐은 반대편인 왼쪽으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왼쪽은 정나라 장수와 용맹한 군사들이 밀집된 곳이었다. 의외의 상황에 당황한 화원이 말하길 왜 반대편으로 가느냐며 양짐에게 호통을 쳤다.

이에 양짐이 “양고기를 나눠주는 일은 장군의 일이요 권한이지만, 마차를 모는 일은 제 몫이니 제 맘대로 하는데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말을 끝내기도 무섭게 양짐은 적진 깊숙한데 마차를 몰았고 결국 화원은 정나라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최고 지휘관이 포로가 되자 송나라 군사들은 전의를 상실해 대패했다. 화원은 250여명의 군사와 함께 포로가 된 채 수많은 부하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460량의 병거를 빼앗기고 말았다.

양고기를 잘못 나눠 준 화원이나 이에 불만을 품고 전투를 망친 마차부 양짐이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채 제 멋대로 행동한 결과가 빚은 참극이었다. 이 고사에서 각자위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익산의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심판을 하겠다면 유권자 입장에서 서로 협력하고 뜻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이 정파적 이해, 당위성, 비판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익산의 왜곡된 정당문화와 정치구조가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그것이 문제라면 작은 이익을 뛰어넘어 보다 큰 대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민주당을 심판하겠다면 민주당보다 더 높은 가치와 성숙한 모습으로 익산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각자위정하면 무슨 낯으로 익산시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며 호남에서 민주당을 심판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정치란 각자위정으로 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