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순/윤약국 약사

쎄시봉 전주 공연에 다녀왔다. 오육십 대라면 거의 좋아할 것이다. 물론 나도 좋아한다. 그들 중 송창식을 좋아한다.  그의 목소리가 좋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좋고, 노랫말이 좋다. 힘 들이지 않고 부르는 것 같은데 온 얼굴이 땀범벅인 그 열정이 좋다.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송창식이 내 남편을 닮았다는 것이다. 연애시절 송창식 닮았다는 소릴 많이 들었다. 조금은 어수룩해 보이고, 약간 바보스럽고, 참으로 맘 좋아 보이는 그 인상 말이다. 얼굴 전체에 웃음이 가득해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게 하는 장난꾸러기 같은 매력도 있다.

나는 컴퓨터로 공연 티켓 같은 것 예매할 줄 모른다. 아들이 내 생일 선물로 사 주었다.  포도밭 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남편도 음악회 덕분에 한 나절은 쉬었다. 음악회 날 이런저런 호사를 누렸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나는 두 가지 당부를 한다. 첫째는 건강 챙기라는 것이고, 둘째는 항상 웃는 얼굴로 근무하라는 것이다.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기고, 또 그만큼 일이 잘 되고, 상대방도 기분 좋게 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일이다. 학교에 헌혈차가 왔단다. 우리 아들도 헌혈을 하러 갔단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며 열 명만 한다고 하더란다. 줄을 선 학생은 30명도 넘는데.  생일 안 지난 사람, 체중이 적은 사람 순으로 잘렸는데 우리 아들도 잘렸단다. 

교실에 돌아오니 이미 수업은 시작됐고, 선생님이 왜 늦었냐고 묻기에 헌혈하러 갔다 왔다고 했더니, 헌혈증을 보여 달라고 하더란다. 아들은 헌혈을 못했으니 헌혈증이 없을 수밖에. 선생님이 출석부에 지각이라고 체크하고 고쳐주지 않았다고 했다.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로 찾아 갔단다. 선생님이 왜 헌혈을 하려고 했냐고 물으셨고, 아들은 혈액형을 알아보고 싶어서라고 대답 했단다.

“너 이놈, 지금까지 네 혈액형도 몰라?” 아빠는 A형이고 엄마는 O형인데, 나는 B형이라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했단다. 선생님 말소리가 금방 부드러워 지면서 혈액형 검사가 잘못 될 수도 있으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면서 출석부를 고쳐줬다고 했다.

“아빠가 B형이지 무슨 A형이냐” 시어머니가 가족들의 혈액형 이력에 대해 말씀하셨다. 신기하게도 우리 집 남자들은 모두 B형이라고 하니 아들 얼굴이 펴졌었다.

초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 아빠 혈액형을 물었었다. 수업시간에 배웠단다. 아빠 엄마 혈액형을 알고는 얼굴이 일그러졌었다. 누나가 O형 이라는 것을 알고는 눈물까지 고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신생아들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병원에서 저도 바뀐 것 같은데 진짜 아들이 나타나면 저랑 바꾸겠냐고 물었었다.

“너는?” 우리 모자는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었다. 너무나 당연한 우리 아들이기에 혈액형 재검사를 받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들이나 남편이나 병원 갈 일도 없었고.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헌혈까지 하면서 혈액형을 알아보려고 했다니 무심했던 것 같아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아들은 병원에서 바뀌었다고 할 수도 없다. 아빠를 쏙 빼닮았다. 목소리며 점까지 기계로 찍어도 그렇게는 못 찍을 정도다. 어쩌자고 아빠는 혈액형도 잘 못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들 말이 걸작이다.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 했었단다. 열 달 동안 고생해서 낳았더니 이렇게 뒤통수 칠 줄이야.  “엄마, 음악회 좋았어요?” “아들아 고마워.  엄마 10년 젊어졌다”

전화 끝에 건강 잘 챙기고 항상 웃고 다니라는 당부를 또 했다. 하도 웃고 다니니까 부장님이 우리 아들보고 송창식 닮았다고 했단다.

“안 바뀌었네, 대학 다닐 때 아빠도 송창식 닮았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엄마는, 엄마가 가짜 엄만 줄 알았다니까요”

이-런 남편과 아들이 송창식 닮았다는데 내 어찌 송창식을 좋아하지 않을까. 쎄시봉 공연의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