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견리사의란 눈앞의 이익이 있다 해도 그것을 취하는 것이 과연 의에 합당하고 정당한지를 생각해보라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다.

견리사의의 출처는 논어 헌문 편인데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스승에게 인간됨됨이의 완성에 관해 묻자 견리사의 견위수명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유래한다.

한순간의 이익이나 얄팍한 술수를 택해 취하는 부당한 이익, 수고하지 않고 얻는 이익이나 정당하지 못한 부당한 이득을 경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대의에 어긋나는 사적 이익을 경계하는 글인 셈이다.

견리사의는 안중근의사께서 즐겨 쓰시던 글귀이기도 해서 제법 널리 알려진 사자성어다. 안중근의사는 평소 견리사의 견위수명이라는 글귀를 좋아하셨고 손수 많은 유묵 작품을 남기시며 온몸과 마음으로 그런 삶을 사셨다. 이익을 보거든 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까지 바치라는 의미 앞에 절로 숙연해진다.

시절이 어수선하고 세태가 혼탁하니 견위수명까지는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 하겠으나 견리사의라도 음미하며 살았으면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너나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자신의 이익이 모든 일에 우선한 세태가 되어 신의와 공의가 깨지고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니 의를 찾지 않는 것이다. 흔히 세태와 정치를 탓하며 남 탓하기를 좋아하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정치도, 정치인도 유권자의 수준에 기인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스스로 부끄러운 일을 하고도, 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도 정치나 남 탓 뒤에 숨는 것이 능숙한 세태가 되었고 일상화되었다. 너나할 것 없이 이익에 급급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기보다는 자기변명과 합리화에 익숙한 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다.

현실정치인을 비난하면서도 정치신인들 역시 그들보다 나은 모습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구태를 답습하는 것이나, 잘못된 정치관행과 정치인을 비판하면서도 그들의 꽁무니를 쫓는 모습은 영락없는 자기모순이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진실이 되었다.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과 부당한 이익추구가 만연하다 보니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도 정당하지 못한 사회가 된 것이다.

요즘 익산은 두 가지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정치가 시민의 이익에 복무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직사회가 공의롭지 못하다보니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해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된 것이다. 우선 공직의 부패와 비리에 관한 것인데 익산시의 공직비리가 이처럼 만연하고 일상화된 것이 관행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 공직을 사직으로 생각하는 개인의 문제인지, 지도층이 견리사의의 모범을 보이지 못한 탓인지 하는 것이다. 익산시민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현재 익산의 공직비리와 부패는 그 원인이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총체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즉 관행을 단절하지 못한 점, 부패와 비리를 제거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이 부족한 점, 공직의 의미를 망각한 일부 공직자가 존재하는 점, 고위층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점 등 복합적이고 중충적이란 것이다. 대다수 성실한 공직자들은 억울하겠지만 이 불편한 평가가 현실인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시민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끊임없이 터지는 익산의 공직비리는 지도층과 공직자의 책임이 크겠으나 이런 현실을 단절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하지 못한 시민들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견리사의하지 못한 것은 익산의 지도층이나 공직자뿐 아니기 때문이다. 부당한 이익 앞에서 의에 합당한 것인지 자문하지 못한 모습이 또한 현실인 탓이다.

또 한 가지는 익산의 정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다 보니 너나할 것 없이 익산의 민주당을 비난하면서도 정작 투표소에 들어가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있다. 또한 지역주의 정치에 신물이 난다고 하면서도 지역주의에 기반한 민주당에 몰표를 주고 있다. 지역주의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 당선율이 떨어져야 민주당이 영남에서 표를 많이 얻어 전국정당이 될 수 있을 텐데도 모순된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유권자와 시민만을 탓할 수 있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익산의 정치신인들이 민주당 후보에 비해 어떤 차별성을 갖고 정치의 비전을 보여주며 시민들에게 다가섰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채 시민의 요구와 지향을 후순위에 두지는 않았는지, 명분과 대의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지는 않았는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과 독선 및 자기도취로 인해 무책임과 구태정치 답습의 유혹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정치를 정파적 이익과 사적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순간 기존 정당과 정치인을 향한 비난의 화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정치가 세속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잘못된 세속을 바로 잡는 권한과 책임을 위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견리사의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10.26 도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출마자와 유권자가 가슴에 새겨야 할 대목이 과연 무엇인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다.

익산의 공직사회와 정치인의 견리사의를 기대하며 시민의 책임의식과 공의를 향한 뜨거운 갈망이야말로 견리사의 실현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과연 앞으로 익산 공직사회와 정치인, 시민들은 견리사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