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미국의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반 월가 시위의 특징은 불평등과 금융자본의 과도한 탐욕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라 할 수 있다. 사회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면서 20: 80의 사회가 고착화 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금융자본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 투기자본의 전성시대가 왔다. 생산과 가치창출은 없으나 자본의 이익추구가 가능한 금융자본의 시대는 미국 월가와 투기자본에 의해 고도화, 가속화되었고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순식간에 반 월가 시위가 전 세계 100여 개 국으로 확산된 것을 보면 국가마다 양상은 다르겠으나 금융자본의 횡포와 사회 불평등구조의 심화가 세계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첨병이었고 생산과 소비의 천국이었다. 적어도 산업자본이 지배하던 시대의 미국은 세계경찰을 자처하는 패권적 지배이데올로기와 제 3세계에 대한 침탈이라는 문제만을 안고 있었다. 자동차, 석유화학, 군수산업 등 미국사회를 지배하던 산업자본은 제조업으로서 생산과 소비를 주도하며 성장해왔고 성장이 정체될 때는 베트남 전쟁, 이라크 침공 등 새로운 특수를 조장하며 생산과 소비의 성장을 지속하려 했다. 이와 함께 UR 협상을 시발점으로 WTO 체제와 FTA를 확산시켜 자유로운 상품과 자본의 이동을 통해 자국이 직면한 제조업의 위기극복,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 왔다. 하지만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미국의 산업자본이 미국의 경제와 사회를 떠받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생산과 소비는 정체되고 경제 성장이 멈추면서 금융자본의 이동만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금융자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자본이 정부의 통제 밖에서 제조업과 서민경제를 틀어 쥔 채 빨대구조를 통해 끊임없이 약탈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의 이동만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월가가 분노와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내 금융권 역시 수조원의 이익을 남기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금융권 부실로 인해 IMF 구제금융 당시 한국 금융권 내 투입된 공적자금은 무려 168조원에 달했다.

14년 전 일이니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그 천문학적 액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실경영을 한 금융권에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켰지만 그 열매는 국민들에게 환원되지 않고 있다. 국민은 금융권과 재벌을 구해주었지만 국민들은 과도한 가계부채,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지경임에도 이명박 정부는 친재벌, 친금융자본 위주의 경제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상위 1% 계층이 전체소득의 36.5%를 챙기고 있고 한국의 상위 1%는 전체 가계자산의 15.1%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도 정부의 재벌 및 금융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은 채, 돈 놓고 돈 먹기는 심화되고 있다. 통신비, 기름 값, 가계부채와 과도한 이자부담 등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우유가격 등 농산물 가격만을 통제하며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으니 답답한 형국이다.

정권과 재벌, 금융자본의 오만과 도덕성 상실이 극에 달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권과 금융자본, 재벌이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강노지말이라는 고사를 새겼으면 한다.

강노지말은 쇠뇌와 같은 강력한 활에서 튕겨나간 화살이라 해도 결국 마지막에는 그 힘을 잃고 떨어져 얇디얇은 비단조차 뚫을 수 없음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한나라 고조가 북방의 흉노족을 징벌하러 갔다. 하지만 전쟁에 승리하기는커녕 자신이 위험에 처해 간신히 탈출한 후 흉노와 화친을 맺었다. 더 이상 전쟁을 해서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화친을 한 후 해마다 공물을 보냈지만 흉노의 지도자인 선우는 약속을 어기고 무례하게 구는가 하면 한나라의 변방을 자주 습격하기까지 했다.

한 무제가 황제에 오른 후 국력이 강해지고 정권이 강화되자 위협을 느낀 흉노는 화친을 요청해왔다.

한 무제는 이일에 대해 충신들의 뜻을 묻게 되었는데 의견이 양립했다. 왕회라는 신하는 국력이 신장되었으니 지금이 흉노를 칠 적기라고 진언했지만 한안국이라는 신하는 전혀 반대의 논리를 전개했다. “쇠뇌처럼 강한 활에서 튕겨나간 화살도 마지막에는 힘이 떨어져 비단 한 장 뚫을 수가 없는 것처럼 아무리 우리 군사가 강해도 수 천리 원정길에 지쳐 전쟁을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라며 화친을 주장했다.

듣고 있던 한 무제는 흉노를 정복해 근심거리를 없애려 했으나 한안국의 화친론을 받아들여 흉노 정벌계획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고사가 강노지말이다. 이명박 정권과 금융자본, 재벌이 국민 앞에서 강노지말을 되새기며 국민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국민 없는 정권, 국민과 소비자를 쥐어짜는 금융자본과 재벌의 번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철저한 성찰을 해야 한다.

강노지말의 고사를 떠올리며 삶에 지치고 찌든 국민의 저항과 분노 앞에서 진정어린 화친에 나서길 기대한다. 정권과 금융자본, 재벌은 권력과 이윤의 문제지만 국민들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싸워 이긴 정권이 없고 백성의 고혈을 짜내 3대를 넘긴 부자도 없었음을 강노지말의 고사에게 터득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