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부문의 대응이 매우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가 가져온 농업환경의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기후온난화, 자연재해의 증가, 이에 따른 생태계 교란과 파괴, 작물환경의 급변, 축산업 환경의 변화, 농업생산 기반의 변화 등이 어느새 우리의 농업생산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대한 인식과 대응노력이 신속해야 하기 때문에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하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농업·농촌·농정·농업인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강력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패러다임 변화 없이 우리의 농업·농촌·농업인이 설자리가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의 패러다임 변화는 농업관련 종사자의 사고 전환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농업인의 새로운 사고, 새로운 가치관이 요구되고 있다. 농정 담당자들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게 법과 제도, 정책, 정책수단 등을 기후변화에 맞게 혁신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 분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농업인 입장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농업이 지니고 있던 전통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사고와 가치를 혁신해야 한다.

또한 고비용 농업생산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녹색혁명이후 우리의 농업 생산방식은 고투입, 고비용 농업이었고 환경친화적이지 못했다. 투입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새로운 사고, 가치관 혁신, 공익적 기능과 가치의 회복, 고비용 농업생산 구종의 탈피가 내부로부터의 인적혁신이라면 지향과 요구를 수용하는 일이다. 이런 방향 속에서 농업·농촌·농업인의 과제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이다. 대기, 수질, 토양, 농업시설 등 전반에 걸친 위기대응 시스템도 종합관리시스템 속에 담아내야 한다. 이런 종합적인 관리체계 구축에 의거해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협하는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자원절감형 농업, 저투입 농업, 자원재생형 농업 등의 환경농업을 대대적으로 실천해 환경 과부하를 막고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오염저감과 동시에 농자재의 순환을 통해 생산비를 낮추는 방법 외에 지속가능한 생산과 농가소득 보장은 어렵다. 이런 농업에는 환경오염 저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도 강구해야 한다.

화학비료와 석유사용 감축,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농가에 대한 보조는 필수적이다.  저투입 농법, 자원순환 농법에 적극적인 보조정책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바이오매스(생물연료)의 활용과 탄소흡수형 정책의 개발 등을 통해 농업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탈석유에너지 보조금 지급 등 보조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고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보조정책을 강력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

넷째, 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하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보급이다. 신기술개발은 저투입형 농기계 개발·보급, 환경친화적인 농업기술의 개발, 농기계 배기가스 배출 규제와 에너지저감 기술개발, 바이오매스 활용기술의 개발·보급, 소형농기계의 개량 등 전 부분에 걸친 기후변화 대응 연구개발을 종합적 대책속에서 수행해야 한다. 대체작목의 개발을 위한 조사연구와 재배기술 혁신 등도 예측 불가능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다섯째, 법과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이 필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형농업법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과 농정목표, 농업의 가치 등을 담아내야 한다. 특히 동물복지 등 축산관련 법과 제도를 EU와의 FTA, 소비자의 인식변화 등에 대비해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이에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축산농업인에 대한 지원과 지도를 꾸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토지가 좁고 시설이 열악한 우리 축산업 환경에서 농업인이 축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규제가 뒤따르게 될 텐데 반드시 농업인 지원을 병행해 농업인의 호응을 이끌어서 정책전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여섯째, 도시농업의 전개를 통한 열섬현상 방지, 도시녹화, 국민의 농업에 대한 새로운 가치인식을 유도 해야 한다. 경유·휘발유 등 석유의존형 농업에서 석유탈피형 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시의 지하공간이나 옥상, 유휴지를 활용한 도시농업의 전개를 통해 도시가 환경과 녹지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생산, 환경과부하 제어, 국민의식 전환, 도·농 상생, 남은 음식물 자가처리 등 1석 다조의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일곱째, 농축산업 생산 안전망의 구축이다. 기후변화는 농업생산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고 자연순환형 환경농업으로 변화를 내외부에서 촉진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식량생산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농업관련 각종 위험요소에 대비해 농작물재해보험의 개선과 확대, 농업인을 위한 각종 제도와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호대책은 보호주의 농정에서 진행한 가격보조나 생산보조 방식, 구조개편 농정이 사용한 경제주의적 관점에서의 규모화·전업화를 위한 효율농정이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패러다임에 걸맞게 자연순환형 환경농업과 이를 실천하는  농업인에게 환경농업 보조금 지급, 보험제도의 강화·확대, 농업인에 대한 환경농산물 생산 장려 대책수립, 국토의 정원사와 파수꾼의 역할 인정 등 다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협상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국제적인 환경농업관련 프로그램의 활용이다. 교토메커니즘 프로그램을 비롯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적인 협상에 따른 환경농업프로그램의 실행이 매우 중요하다. 기후 관련한 협약과 프로그램 등은 선택사항이 아닌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의무적인 프로그램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급변하는 기후환경과 세계적으로 작동하는 패러다임 변화 및 농업생산 환경변화에서 생존하기란 쉽지 않다.

어려운 일이지만 기후변화에 의한 농업·농촌·농업인의 패러다임 변화는 감지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시작되었고 실행만이 남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변화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한국농업의 미래를 재편하는 일에 주체로 나서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미리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이 지혜로운 농업인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