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희망연대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안철수 현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안철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동안 박근혜를 위시하여 잠룡으로 불렸던 모든 선수들이 안철수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고 있다. 사실상,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입성도 안철수 현상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안철수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효과는 실제적인 것일까? 박원순 서울시장 탄생을 견인한 것을 보면 분명히 실체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 정치권을 비롯하여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품이다, 유행이다 라며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논평을 내 놓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철수 현상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실질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힘이 대선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 본선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동안 잠룡으로 이름 올린 사람 중에 본선에서도 박근혜와 가장 비슷한 정도의 실질적 파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 나는 안철수 현상을 실체로써 이야기 하는가? 아니 왜 실체인가 아닌가를 갑자기 꺼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그것은 바로 이 대답에 안철수 현상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주가를 올리다가 사라진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박찬종, 이인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요즘에도 잠룡으로 나서 보려다가 잠잠해진 인물들이 수 없이 많다.(누구라고 지칭하진 않겠다) 분명한 것은 안철수는 위와 같은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서도 확인되었지만, 안철수에 대한 국민과 시민의 반응이 한번 뜨고 사라지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본질적으로 안철수가 정치권 또는 정치권과 관련 있는 곳에서 나온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하면 정치권에서 밀려나와 자신의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뜨고 싶은 사람은 정치권에 붙어보려 애쓴다. 그런데, 안철수는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유불리를 보고서 선을 그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선을 그은 것이다. 물론,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실망이 극에 달해있고 정당정치의 한계에 대한 비판을 등에 업고 있다고 안철수 현상을 평가절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을 넘어 대안이 될 수 없다면 이만큼 크지 못한다. 안철수는 명확히는 아니지만 국민과 시민들에게 일정 부분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은  정치권을 비판하더라도 그냥 비판세력 정도로 인식되지만 안철수만큼은 일정 부분 대안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고 그것이 국민과 시민들에게 크게 먹히고 있다.

그럼, 그의 행동이 뭐가 다른가? 단순히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태생적 차이만으로 생긴 것인가? 절대 아니다.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았기에 더 대안이 안 되고 비판세력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행동으로서 그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 하면 안철수가 가장 부족한 것이 대안인데 무슨 소리냐 할 수 있다. 맞다. 만약 대안을 정책으로 생각한다면 안철수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 아니 앞으로도 그 정책이 구체화되지 못한다면 분명 비정치인으로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들은 구체적인 정책 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대안은 과연 이 인물이 우리와 공감하는가? 아닌가? 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가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나름 국민과의 공감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정책보다도 그녀는 그녀 나름의 국민적 공감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나왔지만(?) 안철수는 박근혜 만큼 국민과의 공감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실패는 이 공감력의 실패이다. 아니 노무현의 실패 역시 소통의 실패였다.

안철수는 국민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 사회인으로써 책임 있는 자세,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가 국민 멘토인 이유이다. 우리 사회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멘토를 원한다. 멘토란 단순히 조언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비까지는 맞아 주지 못하더라도 자기 우산을 얼른 씌워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아직은 안철수가 전체 국민보다는 젊은 층의 멘토로서의 모습이다. 이것이 그의 한계일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세대간의 차이와 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국민과 시민은 공감해주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진실로 아픔을 걱정해 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 한가운데에 아직까지는 안철수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른다. 그래서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고만 하고 이용하려고만 한다. 힘을 이용해서 영향력 확대에만 신경 쓴다. 역시 정치권의 모습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나는 희망연대라는 시민단체활동을 한다. 희망연대는 시민과 함께 하는 시민단체를 지향한다. 그런데, 항상 생각한다. 얼마나 시민의 마음을 함께 했는지……. 시민단체의 이념만을 내세운 것은 아닌지…….   많이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