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원광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요사이 날만 새면 신조어가 하나씩 생겨 난다. 안으로는 무슨 ‘똥스캔들’에 연결되어 책을 출판한다 하고, 밖에서는 ‘덩여인’이니 해서 야단법석 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행복은 사람 사이에서 오는가 보다. 반백을 넘어 돌이켜 보면 철부지 때 만남의 기쁨이 그중 가장 짙게 채색되어 있고, 앞으로도 누군가를 더 만나게 될 것이라는 설레임에 아침이 밝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인들도 행복을 얻기 위해 인간관계를 중시했고 그 방편으로 화(和)를 주창해 왔다.

물리학적으로야 ‘화’를 음이온과 양이온의 결합현상으로 풀이 하고, 수소이온과 산소이온이 따로 떨어져 있으나 합을 이뤄 물이 되듯이 삼라만상에 생명을 부여한다고 믿었다. '두 사람이 함께 누워 있으면 따듯하거늘, 한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솔로몬왕(B.C10세기)이 읊었다던 시귀는 ‘화’가 그 옛날부터 큰 흐름이었음을 보여 준다.

어느 민화에 이렇게 적고 있다. 붉은치마 새댁이 밥 짓다가 훌쩍거려 마당 청소하던 신랑이 이유를 물으니 밥을 태웠다 한다. 내가 물을 적게 길러와서 그러니 내탓이라고 남편이 위로하자 고마운 새댁이 흐느껴 울고, 때마침 부엌을 지나치던 시아버지 그 이야기를 듣고 내 늙어 근력이 달려 장작을 더 잘게 패지 못해 화력이 세서 그랬노라고 오히려 며느리를 위로 하였다. 안방에서 이 소리를 들은 시어머니도 “내가 망령으로 냄새를 못 맡아 미쳐 알려 주지 못하였구나.”하니 이런 가정에 어찌 ‘和’가 깃들지 않겠는가.

또한 인도의 성자 산다싱의 일화에 나오기를, 눈발이 매섭게 몰아치는 산고개를 넘던 나그네가 추위에 견디다 못해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지나쳤다. 뒤 따르던 산다싱은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어 그를 들쳐메고 죽을 힘을 다해 고개를 넘어오니 앞서 지나쳤던 나그네는 벌써 몸이 싸늘이 굳어서 쓰러져 있었다. 산다싱은 등에 엎인 녀석 덕에 체온을 유지했고, 그 나그네도 성자 체온에 생기가 나 모두 동사를 면할 수 있었으니 우리가 이를 두고 ‘화’라고 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서구에서도 일찍이 인체를 토(고형체), 수(혈액), 열(체온),풍(공기) 4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였고 이들이 하나라도 균형을 이루지 못하여 ‘화’가 깨질 때 병든다고 하였다. 춘추전국시대(B.C 5세기)를 살다 간 노나라의 묵자도 ‘和’가 성하면 상생하고,‘和’가 상하면 상극이 된다고 하여 동서양 모두 상생의 도로서 ‘화’를 빼놓치 않았다.

말이 그렇치 거의 60조가 넘는 세포가 모여 ‘화’함으로써 인간의 생명을 유지한다고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不和하면 고통 받게 되어 있다. 운명이려니 생각했던 생명의 신비가 DNA로부터 벗겨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초 왓손이 DNA의 기본구조가 두가지 물질이 번갈아 연결된 이중나선으로 되어 있으며, 거기에 유전자정보가 들어 있다고 발표하면서 부터 였다. 4개의 염기성 물질(A,T,G,C)이 A(이데닌)는 T(티민)와 G(구아닌)는 C(시토닌)와 서로 짝을 이루면서 배열되고, 인체내 30억쌍에 이르는 이런 염기쌍(鹽基雙)의 서열에 이상이 생긴다 치면, 즉 ‘화’를 범한다면 기형이나 성격장애를 유발하고 단명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상의 200만종에 이르는 생명체에, 아메바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4가지 물질의 법칙은 똑같이 무섭게 적용되고 있다. 만약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해도 마찬가지 질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화’는 곧 생명인 셈이다. 지금 우리의 생명을 도려내는 에이즈며 암따위를 의학으로 정복하는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원인은 ‘화’를 거스른 데서 비롯된 것이 틀림 없다. 통계적으로도 부부가 노년들어 오래 같이 살수록 수명이 길고, 한쪽이 일찍 운명하면 나머지도 단명하고, 더더욱 살아서 생이별한 부부는 평균수명이 행복한 부부보다도 훨씬 짧고 암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마음의 장부인 ‘심장’은 기능적으로는 피를 온몸에 돌리는 역할을 하지만 사실은 마음을 원활하게 돌리는 심장부인 것이다. 이 마음을 통제하는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매끄럽게 작동해 주지 못한다면 무엇 보다도 우선 뇌에 직격탄을 날린다는 것인데, 유전적인 변수를 제외하고 이 모든 단초가 마음의 불화에서 출발하고 있다. 마음을 순환시켜 주는 ‘화’가 종국에 암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부부사이의 따뜻한 대화가 암도 이혼도 에이즈도  그리고 요절도 막을 수 있지않겠는가!  이렇게도 절실한 ‘화’는 인간들의 대화에서 싹이 튼다는 사실이 오늘처럼 가슴에 적신 적이 없었다. 몸과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만남의 광장이 바로 심장이며 이 녀석은 따뜻한 對話 한잔이면 미소를 짓는다. 즉 심장을 다른 말로 ‘大和’로 부름직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재와 인재가 地軸을 흔들고 있다. 천재야 어찌할꼬마는 지진으로 증폭되는 인재는 모조리 우리 탓인 것이다. 무릇 생명과 현상은 화를 근본으로 비롯되었다. 왜? 원자의 질서를 교란했는가! 유전자 변형 슈퍼옥수수는 누가 만들자고 했나? 이 또한 화를 거부한 인재임에 분명하다. 어찌 킬링 필드나 카다피의 학살만 인재라고 할 것인가. 그들은 동네 개구쟁이에 불과하다. 地軸이 더 기울기 전에 어서 빨리 나서서 우리가 가까운 이웃부터 생명의 ‘和의 軸’을 쌓아 올리자. 더 이상 방사성 낙진을 걱정하지 않게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