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익산희망연대 사회창안팀장)

익산희망연대는 매년 사회창안대회를 열고 있다. ‘사회창안’이란 말이 아직까지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어려운 말은 아니다. 사회창안은 우리 사회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적으로 ‘가치’와 ‘필요’가 있는 아이디어를 말한다. 그 아이디어를 시민들에게서 찾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더 좋은 시내버스를 만드는 아이디어는 누구에게 있을까? 매일 관용차로 출근하는 지자체장일까, 승용차를 타는 공무원일까, 아니면 매일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는 평범한 시민일까? 정치인, 대학교수, 공무원뿐만이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구체적인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작은 생각에도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커다란 싹이 숨어 있다는 철학이 사회창안에는 담겨있다.

요즘 익산 곳곳에서 ‘익산의 숨은 보물을 찾아라’ 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사회창안대회의 슬로건이다. ‘숨은 보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보물이 될 것 같은 잠재적 자원을 말한다. 우리 동네, 우리 지역에서 보존하고 가꿔야 할 가치 있는 자원, 자연환경, 문화환경, 아름다운 풍경이나 경관, 마을 특산품, 음식, 특이하고 특별한 것 등 시민들이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유형, 무형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그런데 ‘숨은 보물’을 전문가 그룹에 맡기는 용역이나 특별한 사람들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이웃들인 시민들의 참여와 집단지성으로 찾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회창안대회를 시작하면서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시민들의 공모가 많이 접수될까?’, ‘숨은 보물을 찾고 싶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보물만 제안하면 어떡하지?’ 등등...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1회, 2회 사회창안대회를 열면서도 이런 걱정은 계속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대단했다. 1회 사회창안대회 ‘굿아이디어로 익산을 바꿔라’에 272개의 시민 아이디어가 접수되었고, 2회 사회창안대회 ‘내가 꿈꾸는 익산’에도 151개의 아이디어가 접수되었다. 우리는 항상 시민들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홍보와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다.

사회창안대회는 홍보와 준비하는 과정도 모두 시민들의 참여와 아이디어로 이루어진다. 홍보 CF 영상을 만드는 일도 시민들의 몫이다. CF의 주인공도, 내레이션도, 촬영과 편집도 시민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포스터의 기획과 사진촬영, 모델도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사회창안 서포터즈를 비롯한 시민들의 자원활동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이뿐이 아니다. 시민들이 올린 아이디어를 심사하는 일도 시민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창안대회를 함께하며 시민들이 남긴 소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익산사회창안대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시민 심사위원단의 상징, 붉은 장미 한 송이! 신중하게 들어 올린 이 ‘공감화(共感花)’의 힘은 이번 대회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익산을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래서 내가 꿈꾸는 익산을 그려갈 수 있는 사람들.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내게 행운이었다. 쉽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시민들을 보면서, 또 즐기는 분들을 보면서, 바로 시민들이 익산의 문화 기획자들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창안 서포터즈가 되어서 변화한 점이 있다면 길을 걸을 때 아니면 다른 도시에 갔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것이라도 나의 생각으로 불편함이 없이 우리 삶이 변화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2007년 7월 10일 사회창안 선포식에 참석할 때만 해도 좋은 의도이기는 한데 과연 작은 아이디어가 익산을 변화 시킬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다. 그런데 시민이 낸 작은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하나씩 변화가 생길 때 마다 비록 나의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변해가는 익산을 보면서 익산시민 이라는 것이 참 뿌듯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민들은 시민운동의 주인이 되고 있고, 지역의 주인이 되고 있다. 바로 이점이 사회창안이 꿈꾸는 첫 번째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희망사항이다. 사회창안은 시민을 지역사회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성과 외에도 여러 가지 소득을 얻고 있다. 그중에 하나는 민관협력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들은 단지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정책을 만드는 아이디어의 생산자이며 또한 그 정책의 소비자가 되고 있다. 지역발전의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시민들은 지방자치단체에게도 소중한 인적자원이 되고 있다. 또한 시민들도 이 과정을 통해 행정을 신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형식적인 답변에서 그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들을 보며 행정에 대한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사회창안을 통해 주민참여형 거버넌스의 지역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제3회 익산사회창안대회 ‘익산의 숨은 보물을 찾아라’ 시민공모는 6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익산의 숨은 보물을 찾는 과정을 통해 우리지역의 잠재적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이 가진 자산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지역에 대한 애정, 자긍심이 높아지길 바란다. 또한 ‘숨은 보물’을 찾고 잘 가꿔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와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자원, 지역의 관광자원 등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

오늘 저녁 가족들과 함께 밥상에 앉아 우리 익산의 숨은 보물이 무엇일까라는 이야기꽃이 가정마다 피어나길 꿈꿔본다.